[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돼 맥주와 탁주 세금이 매년 오르는 현재 주세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주류 업계가 세금 인상에 편승해 더 큰 폭으로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새로운 개편안은 전문가와 관계 부처 등 이해관계자 논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세금은 2.5원 올랐는데 출고가는 8% 인상
현재 맥주와 탁주는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소주와 달리 술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다만 소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매년 물가상승률에 맞춰 세율이 조정된다.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세금도 큰 폭 오르는 구조다. 맥주와 탁주도 소주처럼 종가세 체계였지만 지난 2020년 종량세로 전환됐다.
맥주와 탁주의 리터(L)당 세율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의 70~130%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물가가 많이 오른 해는 정부가 반영폭을 낮추고, 물가가 적게 오른 해는 이를 높여 업계의 가격 인상폭을 조절한다.
서울 시내의 한 주점 냉장고에 들어있는 주류들 [사진=뉴스핌 DB] |
정부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은 업계가 주세 인상을 명분삼아 큰 폭으로 소비자가격을 올린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가격인상은 민간 자율이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편승 인상의 확산 조짐이 있다"며 "물가와 연동하다보니 세금이 5~10원 오르면 이를 빌미로 시중에서 몇백원씩 올리는 양상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는 주세 인상을 이유로 2년 연속 가격을 올려왔다. 지난해 주세는 2.49% 올랐는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7.7~8.2% 인상했다.
지난 2021년에도 주세가 0.5% 오르자 업계는 맥주 출고가를 1.36% 올렸다. 그 여파로 식당가에서는 병당 4000원이었던 가격이 최대 7000원대로 오르기도 했다.
◆ "세금인상에 편승해 소비자가격 올리는 양상"
올해 주세는 3.57%로 인상됐다. 작년에 물가가 급등한 점을 고려해 올해는 최소 인상폭인 70%가 반영됐지만, 현재 5000~7000원선인 맥주 가격이 최대 8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부터 인상되는 맥주와 탁주의 L당 세율은 각각 30.5원, 1.5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매년 물가와 연동시켜 맥주와 탁주의 세금을 정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일정 간격으로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맥주와 탁주의 세금 산정이 정부의 시행령에 위임돼있는데 국회가 공을 넘겨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개편안은 이르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겨,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 중앙동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3.03.09 jsh@newspim.com |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물가와 연동해 강제적으로 세율이 오르던 것을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물가연동제 폐지를 포함해 여러 개선방안을 보고 있고, 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다"며 "아직까지는 상황을 보는 중이고 정부에서 추진한다면 특별히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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