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서울시의회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학교별 줄세우기와 사교육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교육당국이 고심하는 가운데 서울시의회만 정부와 엇박자 정책을 내놓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기초학력보장법의 목적은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조례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빛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마친 뒤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과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날 전국 초·중·고교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없이 대면 입학식을 치르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 2023.03.02 mironj19@newspim.com |
서울시의회는 10일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재석의원 85명 중 찬성 56명, 반대 29명, 기권 0명으로 통과됐다.
앞서 지난달 14일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학력향상특위)에서 의결된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살펴보면 교육감은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또 교육감은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대해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재 서울 학생들은 학교장이 선택한 도구로 기초학력 진단을 받지만 결과는 학교별로만 관리되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교간에 성적 경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이경숙 서울시의회 학력향상특위 위원장은 "코로나19장기화 학습결손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늘면서 서울시 내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종합적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초학력 보장 지원 정책 평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조례안에 대해 설명했다.
박강산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해당 조례안은 학교 서열화를 가속화하고 학생개개인을 우열화하는 문제점을 낳을 낳을 것"이라며 "고교서열화 금지는 3불 정책인데, 이번 조례안으로 학생 개인의 수준을 낙인 찍고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해 사교육 심화 등 사회적 문제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성호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개별 학교가 교원 면담과 관찰 등을 통해서만 기초학력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면 그 사실을 학교운영위원회 알리면 그뿐"이라며 "진단평가 했는지를 학부모와 시민들이 알게 되는 게 어떻게 교육활동침해로 이어지는지 되묻고 싶다. 조례안으로 진단 평가 교육활동의 적절성에 대해 의견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조례안에 반대하며 제소·재의 등의 절차 등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초학력보장법의 목적이 결과 진단 보다는 학생들의 촘촘한 지원을 하기 위한 것으로 명시돼있는 만큼 기초학력 진단 결과가 공개될 시 학교 서열화와 지역간 위화감 조성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필 검사나 관찰 상담 등을 통해서 각 학교에서 충분히 기초학력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교육단체협의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결과 공개는 부모의 교육 수준 공개, 지역별 소득 수준 공개에 그칠 것"이라며 "조례가 강행된다면 등골 휘는 사교육비는 서민 잡는 폭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개발 중인 문해력·수리력 진단도구도 시의회 측과의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 측은 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 기반의 기초학력 진단도구와는 별도로 문해력과 수리력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책연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시의회 측이 교과 진단을 전수로 하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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