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전세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반값 전세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임대차 시장에선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대출이자 부담과 전세사기 우려에 따른 여파다.
세입자들의 선호도 증가에 월세 가격도 상승하고 있지만 거래 비중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초 전세 거래 비중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월세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월세 가격 상승과 전셋값 하락 여파가 지속되면 수도권 신축 아파트나 입지가 우수한 단지 위주로 전세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청약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다.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모습.[사진=김학선 기자] |
◆ 2월 월세 거래 14만3050건…비중 56.1%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는 14만305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했다. 지난달 전월세 거래 25만5037건 가운데 56.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7.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4월 전세 거래 비중을 넘어선 뒤 꾸준히 앞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월세 거래건수가 20만건을 넘어서면 57.8%의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월세 수요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52%였던 월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54.7%로 2.7%포인트 오른뒤 한달만에 1.4%포인트 늘어났다.
서울의 경우 월세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4만9331건으로 전월세 거래 8만2479건 가운데 59.8%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3%포인트 오른 수치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월세 가격이 주춤하면서 월세 수요가 다시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103.1에서 올해 1월 102.7로 감소했다.
금리 역시 월세 비중이 높아진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급등하던 금리가 조정기를 보이고 소폭 인하됐지만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월세가격이 대출 이자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불거진 전세사기 등 전세보증금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영향도 있다. 정부에서 전세사기 등 부동산 관련 붑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빌라 전세 계액은 신중히 이뤄지고 있다. 억 단위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보다 적은 보증금에 임대료를 내는 월세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 고금리·내집 마련 매수 타이밍…월세 수요 증가 예상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월세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가 내집 마련의 적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월세로 수개월 살다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대출 이자가 부담되긴 마찬가지"라며 "월세가격이 높아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위주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이후 내집 마련 적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이 적은 보증금으로 월세를 살면서 목돈을 쥐고 매수 타이밍 노리고 있다"면서 "적정한 희망 가격대 물건이 나오면 바로 계약금을 내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빌라왕' 이후 빌라 임대차는 월세가 뚜렷히 늘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다만 올해 월세 가격 상승과 전셋값 하락 여파가 지속될 경우 수도권의 신축이나 입지가 우수한 단지 위주로 전세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로 수요 이동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월세 가격이 최근 20~30% 가량 오른 가운데 올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전년도에 비해 안정이 되면서 월세와 전세 부담의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유형이 월세보다 전세"라며 "월세와 전세 비중이 5대5까지 왔던게 비정상정인 상황이고, 전세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정상화로 가는 과정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