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 1월,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2021년 두 회사는 사업 협력을 위해 미팅을 가졌지만 모종의 이유로 결렬됐습니다. 그 후 롯데헬스케어는 독자적으로 알약 자동 디스펜서인 필키(Filiky)를 개발했는데 그게 알고케어의 모델을 따라했다는 겁니다.
알약 자동 디스펜서란 일정 시간에 맞춰서 정해진 양의 알약을 떨어뜨려 주는 기기입니다. 복용 시간을 놓치거나 약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도와주는 건데요. 옆에서 직접 복약 지도를 해준다고 보면 됩니다.
[사진제공=알고케어] |
알약 자동 디스펜서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필립스(Philips)가 뛰어든 2012년부터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상용화된 알약 자동 디스펜서 중에서는 히어로(Hero) 모델이 대표격으로 꼽히는데요. 그 외에도 메다큐브(MedaCube), 프리아(Pria), 리비(Livi) 등에서 제품을 출시해 판매 중입니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는 위에 언급한 회사들에서 만든 디스펜서를 만들어서 판매하고자 합니다. 시간별, 용량별로 복약 기능을 제공하는 모델 말입니다.
사실 알고케어의 아아디어가 고유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뉴트리코(Nutricco)'가 지난 2019년 내놓은 '개인 맞춤형' 디스펜서와 비슷한 컨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디바이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원리로, 앱에서 개인의 영양 상태 및 생활 습관을 추적한 후 이를 분석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디바이스에서 필요한 영양제를 사출해줍니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모델도 뉴트리코와 기본적인 골자는 비슷합니다. 두 회사 모두 해외 제품들에서 영감을 얻어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만든 셈이죠.
그럼에도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를 모방한 요소들은 분명합니다. 바로 알약을 넣을 수 있는 카트리지입니다. 두 카트리지의 구조와 원리는 물론 영양제가 한 알씩 토출되는 형태도 동일합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디스펜서 및 카트리지에 대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도 물어봤다고 합니다. 카트리지에 제품성분, 유통기한, 용량 등의 정보를 포함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한 것 역시 두 회사 모델의 공통점입니다.
[사진제공=알고케어] |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로부터 양질의 정보를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롯데헬스케어가 논의 초기에 알고케어에 요구한 정보들은 단순 시장조사로는 알기 힘듭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사업모델 관련 의료법, 건강기능식품법 등 제반 규제 검토 내용, 마케팅 관련 주요 포인트, 카피캣 방어 전략 및 현황 등을 물어봤습니다. 사업을 개시할 때 필요한, 꽤나 중요하고 상세한 내용을 얻은 셈입니다.
대중은 알고케어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해외의 제품과 컨셉이 비슷한 만큼 롯데가 알고케어의 제품에서 어디까지 영향을 받았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요. 그간 롯데그룹의 전적이 꽤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롯데제과는 신제품을 낼 때마다 디자인을 베낀다는 의혹에 휩싸여 왔고, 롯데온의 패션 플랫폼 '온앤더스타일'은 CJ온스타일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상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곧 시시비비가 가려질 겁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정치권의 중재로 삼자대면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번 논란이 이전보다는 수월히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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