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노동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성화에 나선다.
하지만 근로자 대부분은 회사 눈치가 보여 사용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제도 자체를 모르는 실정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용을 위해선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기업의 인력 공백과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 확대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청구 제도인데…눈치보여 못 쓰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31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사용률을 높여 근로자들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부모를 대상으로 마련된 제도 중 하나다. 주당 15~3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어 경력 공백이 생기는 육아휴직과 달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
특히 노사 합의가 아닌 청구 제도이기 때문에, 육아를 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소속 기업에 사용 신청을 하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직장인들이 제도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조사 결과,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자 수는 전년(1만6689명) 대비 16.6%(2777명) 증가했으나 1만9466명에 그쳤다.
또 같은해 6월 말 기준 전국 전체 156만3172개 사업장 가운데 1만624개(0.7%) 사업장만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쓰지 않은 사업장 중 이용 계획이 있는 곳은 3494개(0.2%) 뿐이었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박모씨는 "아이 등·하원 시간에 맞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쓰고 싶어도 회사 다른 동료들에게 업무 부담을 지우는 등 회사에 피해를 줄까봐 사용을 꺼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연 360만원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용부는 근로자의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해 준 사업주에 월 30만원씩 연간 3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최초로 허용한 사업주의 경우, 세 번째 허용 사례까지 월 1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아 한 달에 최대 40만원(연간 480만원)까지 수령가능하다.(아래 표 참고)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 대체인력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간접노무비로 월 30만원, 대체인력지원금으로 월 80만원을 제공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 공백과 비용 부담이 경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넘어서는 지원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 와이어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인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직원 복지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모자른 일손에 납품일이나 생산량에 부담이 가고 있다. 세제 혜택이라던지 파격적인 지원책이 아니면 직원들에게 제도를 활용하라고 먼저 제안하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육아 위한 근로시간 단축 예산, 4년새 14배 늘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와 홍보 활성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관련 예산을 증대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투입한 예산은 2019년 15억2700만원에서 2020년 35억4100만원, 2021년 103억7000만원 2022년 215억14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제도 개편 초기인 2019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약 14배 늘어난 셈이다.
고용부는 일하는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제도 홍보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임신하거나 출산을 앞둔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개인 휴대전화 문자 등을 통해 육아기 근로시간 감축 제도를 알리고, 사업장에도 매달 1회씩 안내문을 발송하는 식이다.
[자료=고용노동부] 2023.01.25 swimming@newspim.com |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인 대체인력뱅크 3곳도 확대를 앞두고 있으며, 근로감독 확대 등을 통해 제도의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윤수경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2019년 10월 개편 이후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제도지만, 사용 근로자 5000명에서 2만명으로 4배가량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에 자녀 연령(만 8세→12세)과 활용 기간(최대 24개월→36개월)을 늘린 만큼 앞으로 제도를 사용하는 근로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증대에 따른 집행액(지원금)도 늘어 매년 관련 예산이 초과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를 위한 홍보 등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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