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의사가 미성년 환자에게 시술이나 수술을 하기에 앞서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후유증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고지했다면 설명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미성년 환자 A와 그의 부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모야모야 병을 앓고 있던 A는 11세였던 2016년 6월 17일 B병원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모야모야 병 치료를 위한 간접 우회로 조성술 치료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 검사를 제안했다. A는 같은 해 6월 30일 B병원에 입원한 뒤 7월 1일 오전 9시부터 10시 20분까지 조영술을 받았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시술 이후 A는 12시 2분부터 간헐적으로 입술을 실룩이며 경련 증상을 보였고 MRI 검사 결과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이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다.
A는 2016년 7월 12일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뒤 7월 20일 퇴원했으나 후유장애로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를 앓게 됐다.
이에 A와 그의 부모는 B병원 의료진이 조영술을 불필요하게 시행했고 조영술의 부작용, 합병증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B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B병원의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조영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A에게 후유증을 남기게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진은 조영술 전날 A의 모친에게 조영술의 필요성, 방법과 내용, 조영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혈관 혈전, 뇌경색 등이 자세히 기재된 시술동의서를 제시하고 이를 설명했다"며 "모친이 미성년자인 A의 대리인 또는 보호자로서 직접 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2심은 B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B병원의 소아신경외과 주치의가 당시 A에게 조영술을 시행하는 이유 및 그로 인해 뇌경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음을 인정할 진료기록상 기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설명이 전달돼 의료행위를 수용하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며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해 설명했다면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돼 의사는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B병원 의료진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A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려면 A에게 의료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 승낙할 수 있는 결정능력이 있는지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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