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 다시 말해 플래닝(Planning)이다. 국가에 경제 계획이 있듯이 기업에도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한다. 결국 경영의 성패는 기획에서 시작된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그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 이후 '석유에서 섬유까지 완전 수직계열화'라는 목표로 이를 추진했다.
◆ 선경 5개년 계획 수립...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실현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오른쪽 3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2번째). [사진=SK] |
SK그룹은 오는 8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발간한다고 6일 밝혔다. 어록집은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발간물, 사사, 업무 노트 등 기록물 1만5000장을 분석해 250여개 대표 어록을 실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업했다. 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하는 계기가 됐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개발과 판매, 공장 건설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인력을 모으면 최종건 창업회장은 자금을 마련해 이를 추진했다.
이들은 1966년 1월 선경 5개년 계획을 수립해 1968년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1968년 제2의 직물 공장 증설하고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을 건설 하는 등 국내 1위의 섬유 제조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두 형제는 '석유에서 섬유까지 완전 수직계열화'의 꿈을 키웠지만, 선경석유는 1차 석유파동으로 무산됐다. 이후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고 1991년 울산콤플렉스를 완공해 '석유에서 섬유까지 완전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최종건 창업회장과 함께 꿨던 꿈을 이뤘다.
◆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 철학 기반 구축...최태원 회장도 '행복 경영'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람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경영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다"며 "기업 경영에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인간 위주의 경영이며, 이를 위해 사람을 사람답게 다룬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을 때 "임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경영에 보탬을 얻고자 하지는 않겠다"며 임직원 전체를 해고하는 사람 없이 그대로 고용했다.
이는 최종건 창업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업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데 사람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후, 악화된 전력 사정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최종건 창업회장은 촛불을 켜고 한글 교실을 열어어 초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을 직접 가르쳤다.
1973년 타계한 창업회장의 유지를 이어 받은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카고학파'의 시장경제 논리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했다. 회사가 이윤만을 추구하던 1970년대, 서양의 합리적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장학퀴즈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보국(人才報國) 경영철학에 따라 시작됐다. SK는 장학퀴즈 후원을 비롯해 서해개발(1972년)·한국고등교육재단(1974년)·최종현학술원(2019년) 설립 등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인재 양성 관련 사업을 펼쳤다.
이같은 SK 고유의 경영 철학은 최태원 회장 시대까지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행복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고 이를 다양한 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SK는 바이오 · 배터리 · 반도체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혁신을 거듭하며 외형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변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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