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국민의힘은 1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용산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규명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양국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3.03.15 pangbin@newspim.com |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을 담은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SNS에 유출됐다. 해당 기밀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의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정보당국이 전화 등을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보고로 확보됐다는 표현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감청이 있었는지 자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런 만큼 제3국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이 문제는 내용도 잘 살펴본 다음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와 러시아·미국 사이의 갈등을 고려해보면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4.04 photo@newspim.com |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원내대표는 "미 정보기관이 대통령실 고위당국자의 내부 논의를 도청했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를 향해 "즉각 미국 정부에 해당 보도 진위와 기밀 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 우리 국민에게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길 바란다"며 "대통령실은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줄사퇴도 미국 도청과 관련 있는지, 도청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 운영위·외통위·정보위·국방위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며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포함해 해당 상임위원회 개최에 조건 없이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건 아니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주권국가고 미국과는 동맹관계다. 동맹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상호존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 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객관적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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