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명절마다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줬다며 뇌물 전달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유 전 본부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03 mironj19@newspim.com |
이날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설과 추석, 2014년 설 무렵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 전 실장의 성남시청 사무실로 찾아가 1000만원씩 현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그는 "제가 정 전 실장 옆자리에 앉아 자켓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면 정 전 실장이 그걸 빼서 안쪽 주머니에 넣은 기억이 있다"며 "사무실에 다른 직원이 없으면 정 전 실장 자리 우측 서랍장에 봉투를 넣어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청 배치도를 제시하며 '가짜 폐쇄회로(CC)TV'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상 작동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 전 실장이 '저거 가짜다, 안에서도 아는 사람 몇 명 없다. 말조심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또 시장실과 회의실 앞에 설치된 CCTV가 정상 작동하더라도 정 전 실장의 자리는 높은 파티션으로 막혀 있어 구조상 비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실장 측은 당시 CCTV가 작동하고 있어 뇌물이 오갈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13년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통해 이 대표의 검찰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가 '수원지검에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고 얘기해 줬다"며 "김씨에게 '우린 좀 빼줘야 되지 않냐, 형이 힘을 좀 써주면 어떻겠냐'고 말했고, 김씨가 '김수남(당시 지검장)을 통해 사건 자체에서 뺐다고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총장과 통화도 했다고 부연했다.
청소용역 업체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운영하는 기업을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했다는 내용으로 이 대표는 2015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으나 불기소 처분됐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가운데)이 2022년 11월 18일 오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1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와 본인을 항상 동일시했다.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들도 똑같은 생각일 거라 확신한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대장동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정 전 실장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와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하네, 이러면 이재명을 공격하는 건데'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이 정 전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올라가는 구조였고 제가 이 대표에게 보고할 때도 '진상이랑 협의했냐'가 중요 포인트였다"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2010년 경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술을 마시면서 "정치적 자금도 필요하다. (시장에) 당선되면 최소한 10억원 정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앞두고는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공사가 설립되면 스폰서 하나 같이 잡자'는 이야기도 했고 스폰서는 남욱 변호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오후 2시 다음 공판을 열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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