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청탁 및 알선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심에서 총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2일 이 전 부총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박씨로부터 받은 명품 가방 및 신발의 몰수와 9억8680만8700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억대의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리는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09.23 hwang@newspim.com |
재판부는 금품 공여자인 박씨의 진술이 대체로 객관적 증거와 일치한 반면 이 전 부총장 측 주장은 증거와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며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계좌로 송금된 돈이 차용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피고인과 박씨는 계좌 송금 전후로 이자율, 변제기 등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았고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실제 담보를 제공한 적도 없다"며 "피고인이 박씨에게 일부 반환한 돈은 알선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한 이유 때문이거나 채무 변제 등을 가장한 자금의 회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당시 집권여당이자 다수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서울서초갑 지역위원회 위원장과 사무부총장 등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정치자금과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직무에 관한 알선 대가로 약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일부는 피고인이 적극 요구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금품수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알선 대상을 특정해 장래 처분내용까지 적시했으며 일부 알선행위의 실행에 나아가기까지 했다"며 "수차례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에 입후보해 공직자가 되고자했던 정당인으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염결성이 요구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공판 과정에서도 대체로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며 "금품 공여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이 범행 일부를 자백하는 점, 교부받은 금품 중 일부를 공여자에게 반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실형을 선고하며 이 전 부총장의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선고 결과에 대해 "많이 실망스럽다"며 "검찰 구형이 징역 3년이었는데 법원 판결이 징역 4년6월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 주장을 하고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한 것이 오히려 재판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전 부총장에게) 항소심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드렸다"며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박씨로부터 총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2~4월 박씨로부터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합계 3억3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일부 정치자금과 알선수재 금액이 중복된다고 보고 이 전 부총장의 총 수수금액을 10억259만8700원으로 공소장에 기재했다.
한편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3·9 재보궐선거 당시 선거운동원 규정을 위반한 혐의와 6·1 지방선거 당시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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