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4월 15일 황사가 걷힌 주말 베이징 한가운데 전통거리 첸먼대가(前門, 전문대가). 도심에서 봄을 즐기려는 주민들로 거리가 터져나갈 듯 붐빈다.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형광색 조끼 차림을 한 보조 경찰들이 눈에 띈다. 깃발을 든 여행 안내원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단체 여행객들인 것 같다.
베이징 텐안먼(천안문) 광장및 정양문(전문의 정식 명칭) 남쪽에서 시작되는 전문대가는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고거리다. 전문대가는 2006년 부터 약 2년간 재개발 공사를 거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전에 재개장했다. 거리의 폭은 20미터, 길이는 남북으로 약 845 미터에 달한다.
전문대가 고거리 일대는 노천에 설치된 거대한 라오즈하오(老字号, 전통 브랜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서깊은 전통 브랜드 라오즈하오는 대부분 200년 가까운 연륜을 자랑하며 창업 300년이 넘는 브랜드들도 적지않다. 거리와 건물들은 모두 전통 양식으로 설계돼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전통 거리인 전문대가 중심가인 센위커우 미식거리 일대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3.04.17 chk@newspim.com |
전문대가는 베이징의 과거와 만나는 장소다. 베이징의 첨단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산리툰으로 가고, 베이징의 옛 모습을 체험하려는 사람들은 전문대가를 찾는다. 전문대가를 걷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다. 홍루몽의 주인공이기라도 하듯 나들이객들은 멋진 전통 복장 차림을 하고 전문 거리를 활보한다.
정양교라는 이름의 파이러우(牌楼, 솟을 대문)에서 인증샷을 찍은 뒤 남쪽을 향해 발길을 옮기면 200미터 남짓 되는 곳, 좌우(동서)에 센요우커와 다짜란이라는 아치형 거리 간판이 나온다. 이곳이 전문대가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으로 라오즈하오 점포들도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4월 15일 낮 센요유커 미식거리 입구 모퉁이에 위치한 유명 라오즈하오 차 브랜드 우위타이(吴裕泰, 오유태) 점포. 우위타이는 1887년 창업한 차 판매 점으로, 전문대가에서도 가장 호황을 누리는 매장이다. 이곳엔 두개의 창구가 거리를 향해 열려 있는데 각각 100미터가 넘는 줄이 늘어져 있다.
사람들은 20분 넘게 줄을 서서 9위안 짜리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고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허베이성 바오딩에서 왔다는 세명의 여성은 베이징에 오면 꼭 사서 먹고 싶었다면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전통 고거리 전문대가의 오유태 차점에서 관광객들이 오유태 특산품인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서 맛을 보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3.04.17 chk@newspim.com |
오유태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젊은 취향의 차음료를 개발해 19세기 기업으로서 21세기 젊은 입맛을 사로 잡는데 성공을 거뒀다. 획기적 제품 혁신으로 세기를 뛰어넘어 롱런하는 기업이 된 것. 차 판매 영업도 체험과 휴식 공간을 앞세운 현대식 컨셉트로 바꿔가고 있다. 오유태의 신경영 변신은 다른 라오즈하오 전통 브랜드 기업들에게도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전문대가 오유태 인근에는 또다른 유명한 라오즈하오 북경오리구이 전취덕(全聚德, 취안쥐더) 기원점이 자리하고 있다.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전취덕은 청나라 때인 1864년에 이곳에서 개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대가 전취덕 점은 두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왼쪽편은 포장 판매를 하는 곳이고, 오른쪽 솟을 대문이 있는 곳이 식당 매장이다. 전문대가의 전취덕 기원점은 마치 전통 음식 전취덕 북경오리구이의 미니 전시 박물관 같았다. 솟을대문 입구에는 문화재 보호 건물이라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옛날 개업 장소에 당시 건물을 재현해 놓고 있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전통 고거리인 전문대가 전취덕 북경오리구이 점에서 요리사들이 오리구이를 화덕에 굽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3.04.17 chk@newspim.com |
4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인데도 전취덕 식당과 판매장에는 많은 고객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식당 매장 입구에는 약 1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전취덕 오리구이를 맛보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는 한쪽 옆에서는 전문 요리사들이 손질해 걸어놓은 오리를 장작불 화덕에 넣어 굽고 있었다.
매장 안내원은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것은 2020년 초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전취덕 한마리의 식당내 판매가격은 250위안 정도 였고, 포장 판매장에서는 270원으로 이보다 좀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전취덕은 코로나 기간 부진했던 영업실적을 만회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전통 고거리인 전문대가 전취덕 북경오리구이 점에서 손님들이 점심으로 오리구이를 즐기고 있다. 2023년 4월 15일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3.04.17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