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6년차 7급 공무원 A씨(30대)는 아내와 상의 후 자녀계획을 미뤘다. 현재 봉급으로 아이를 키우기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낳고는 싶지만 급여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 미루기로 했다"며 "과중한 업무와 봉급을 생각하면 미래가 안보여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저연차 공무원 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장기연차'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임금 현실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서울형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 봉급 시스템으로는 젊은 인재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서울특별시청의 모습. 2023.04.12 hwang@newspim.com |
18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옥재은 의원(국민의힘·중구2)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 후 5년 이내 의원면직(퇴직)한 공무원은 2019년 4.7%(157명)에서 2022년 8.6%(281명)로 늘었다.
면직률은 계속 증가 추세다. 2018년 7.5%(169명)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후 2019년 다소 주춤했지만 이후 2020년 6.0%(197명), 2021년 6.4%(211명), 2022년 8.6%(281명)로 증가했다.
이 같은 인력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김원태 의원을 비롯한 시의원 33명이 '공무원 장기 휴가 제도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한 저연차 공무원도 5일동안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은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만 해당 휴가 사용이 가능했다.
A씨는 "지금까지 5일 연속 쉬어본 적이 없는데 조례안이 통과되면 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빨리 제도가 도입되길 바라는 분들도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금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9급 초임 봉급(1호봉)은 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 177만 800원, 기타 상여 수당 등을 합하면 월 206만 5690원이다.
같은 시간 근무 기준 최저임금(201만 580원)보다는 많지만 상여 수당을 합해도 올해 '서울형 생활임금' 233만 1813원에 비해 26만원가량 부족하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시에 거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주거·교육·문화생활 등을 보장받으며 빈곤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 수준으로 시가 책정한다.
15년 차 공무원 B씨(40대)도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와 임용된 저연차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주변 지인들과 월급이나 복지가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지금은 박봉이지만 연금을 보고 힘들어도 감수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 젊은 직원들은 연금도 박살이 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는 "처자식이 있는 나는 이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다니고는 있지만 조금만 젊었어도 새로운 직업을 찾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차 9급 공무원인 C씨(30대)는 현재 육아휴직이 끝나면 다시 구청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C씨는 "아내와 상의 후 공인중개소를 열기로 했다"며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들어갈 돈을 계산해 보니 공무원 봉급으로 생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야근을 해야 겨우 생활 가능한 급여 수준이 유지되는데 평생 이렇게 살려니 막막했다"며 "잘리지 않는 직업은 맞지만 눈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 급하게 불려 나가고 야근도 잦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있는 직업도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한국행정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 중앙부처·광역자치단체 공무원 6000명 중 45.2%가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했다. 공무원 10명 중 4명 이상은 향후 면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신용수 서울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적은 봉급이 저연차 공무원들 이탈에 가장 주된 이유일 것"이라며 "다른 시도 지역에 비해 서울시는 물가와 집값이 높아 같은 봉급을 받더라도 서울시 공무원 생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연차 직원들이 계속 나간다면 업무 일관성이 떨어져 시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 질 또한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서울시 생활 물가에 따른 시 공무원 봉급 보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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