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활용 분야가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부문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첫 연구 결과에서 챗GPT가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학계에서 진행한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 앞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몇 달 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챗GPT가 이름 값은 충분히 할 만큼의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다.
◆ 뉘앙스·문맥 분석 '차원이 달라'
챗GPT가 연방준비제도(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매파(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완화 선호)인지 분석할 수 있는지, 또 뉴스 헤드라인들이 증시에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확인한 두 건의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통신은 챗GPT가 두 시험 모두를 훌륭히 통과해 앞으로 경제 기사들은 물론 관련 분야 트윗이나 연설 등도 챗GPT가 해석해 투자 거래에 활용될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고 강조했다.
'챗GPT가 연준 발언을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첫 번째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연준 성명서가 비둘기파적인지 매파적인지를 전문가 수준으로 구분해냈다고 진단했다.
이미 구글이 개발한 인간 언어 분석 딥러닝 알고리즘 '버트(BERT)'가 있지만, 연구진들은 챗GPT 성능이 버트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챗GPT의 연준 성명서 해석 능력은 애널리스트에도 비견될 정도였다.
일례로 지난 2013년 5월 연준 성명서에 "노동 시장 여건은 최근 몇 달 사이 전반적으로 개선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는 문구를 두고 챗GPT는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토대로 해당 성명서가 '도비시(완화 선호)'하다고 평가했는데, 연구팀 내 애널리스트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연구진은 챗GPT가 문장을 잘못 분류하거나 뉘앙스를 파악하는 데 실패하기도 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금융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을 지원할 도구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블룸버그] 2023.04.17 kwonjiun@newspim.com |
두 번째 논문은 '챗GPT가 주가 향방을 예상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였는데, 연구진들은 새로 보도된 뉴스 제목을 입력했을 때 기업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를 분석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1월 리미니 스트리트가 오라클로부터 보유 지식재산권 침해 이유로 63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뉴스 제목을 챗GPT에 보여준 뒤 오라클 주가에 미칠 단기 영향을 판단하라고 명령했을 때 "오라클의 지적재산 보호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러한 답변은 해당 주식의 움직임과 통계적 연관성을 보였으며, 이는 챗GPT가 뉴스의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는 평가다.
물론 머신 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트레이딩 전략이 월가에서 활용된 지는 한참이 지났다.
하지만 뉘앙스와 컨텍스트(문맥) 해석 수준에서 챗GPT는 완전히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진들은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하는 수 만 건의 뉴스 정보를 분석해 주가를 예측하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이븐팩 등보다도 챗GPT가 뉴스 보도를 해석하는 데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AHL의 기계학습 총괄인 슬라브 마리노프는 "챗GPT는 선풍적인 인기가 허황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증명해 보인 드문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마리노프는 기계들이 사람들에 맞먹는 독해력을 갖는다는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나 챗GPT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속도를 현저히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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