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전기차 대상에서 제외된 가운데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는 있겠지만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 국세청은 17일(현지시간)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16개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뉴스핌DB] |
GM의 쉐보레 볼트·이쿼녹스·블레이져, 캐딜락 리릭, 테슬라 모델3·모델Y, 포드 F-150라이트닝,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포드 E-트랜짓·F-150, 링컨의 에비에이터그랜드 등 16종만 보조금 최대 금액인 7500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북미에서 조립되더라도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제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 375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GV70 EV 역시 중국산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제외됐다.
현대차 그룹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기적으로는 조건에 관계 없이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리스 차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향후 2025년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장 공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 가이드라인에 있는 상업용 리스 조건이나 현지 공장을 통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부 가격 경쟁력 면에서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GV70 [사진= 제네시스] |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는 차량 대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고, 전량 미국 메이커로 이동했다"라며 "세액 공제를 못 받는 브랜드가 대다수라면 이들끼리 진검승부를 해야 해서 품질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만 달러 이상 소득자는 세액공제를 아예 못 받는다. 고소득자들이 판단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70종인데 그 중 16종만 보조금을 받게 됐다"라며 "부동의 1위인 테슬라를 제외하고 2·3위 경쟁을 하는 유럽이나 일본, 한국은 모두 보조금을 받지 못해 동일한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더욱이 현대기아차 차종은 최근 올해의 전기차 등 3관왕을 수상하며 품질 면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할인이나 광고를 하지 않아 자금 여력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장기 리스 비중은 5%에 불과한데 현대차그룹이 어느 정도 비용을 할인하면 적절하게 고객을 유도해 큰 폭의 감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박사도 "이번 보조금은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차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며 "수출은 당분간 어려워졌지만, 외국 브랜드는 다 똑같은 조건"이라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미국 업체 4개사의 보조금을 받는 차종 중 현대차그룹과 직접 경쟁하는 모델도 많지 않다"라며 "대부분 픽업 트럭이나 대형 SUV로 현대차그룹 차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현대차그룹이 가격 전략을 잘 쓴다면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