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민간인 학살 등 조건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시사한 것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과 관련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우리가 넘어설 수 있는 그러한 장애물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현욱 부장은 2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향후 예상되는 러시아 측의 반발과 보복조치에 대해 "북러 관계, 즉 북한이 러시아에게 무기지원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도 북한에 반대급부를 줘야 될 것"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아니면 재진입 관련한 그러한 기술을 러시아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여전히 필요한 그런 무기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러시아가 지원하는 그러한 사례가 하나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또 하나는 러시아에 지금 한국 기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그러한 기업체들이 제대로 러시아 마켓에 물품을 팔지 못하도록 수출제재를 한다든지 이러한 부분을 통해서 한국에게 아픔을 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위협, 남북정상회담 등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2023.04.19 oneway@newspim.com |
김 부장은 다만 "러시아가 한국을 경제적으로 제재한다는 게 저는 약간 이상하게 들린다"며 "약소국이 강대국을 제재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한국이 어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우리가 넘어설 수 있는 그러한 장애물이 아닌가 싶다"고 피력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일단은 입장 변화 가능성을 상당히 강하게 보이신 것이다 이렇게 보여진다"며 "(전제조건 세 가지인) 대량학살, 민간인 대규모 공격, 전쟁법 중대위반 이 세 가지일 경우에 무기지원을 하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 이런 것들이 상당부분 전쟁에서 이미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 "아마도 한국 입장에서는 이렇게 무자비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묵과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 한국 정부, 한국의 위상이라는 게 GDP상의 경제적으로도 10위권 강대국 안에 들고, 또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는 그러한 정부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어떤 규범이나 가치, 평화를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 그냥 묵과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제대로 된 정책은 아니다 이런 비판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국제사회에도 러시아에 대해서 제재를 하고 있고,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의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요구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들어주고 핵공유라든지 안보협력 같은 것을 받아오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이슈들을 보면 확장억제하고 경제안보하고 사회적 한미 간의 교류, 이 세 가지 큰 분야"라며 "핵심은 결국 확장억제력 강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핵운용을 할 때 한국이 얼마나 참여를 하고, 한국이 참여했을 때 미국이 얼마나 들어주느냐"라며 "이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제가 보기에는 무기지원을 내줬다라고 보기보다는 무기지원을 하는 것은 이미 수순으로 가고 있었다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했다라는 사실은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재정적, 인도적 지원만 한다? 이것은 이미 사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그러한 정책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홍현익 "우크라 무기 지원, 이미 했을 수도…러시아와 적대관계 가면 안돼"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지난달 면직된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에서는 이게 가정법으로 이야기한 거니까 뭐 아직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여러 가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미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홍 전 원장은 "(여러 가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55mm 포탄을 해서 어디론가 옮긴 것 같다. 그게 이제 기밀문서 유출에 나온 33만 발 그거에 해당되는 것 같다"며 "작년 10월에 미국한테 10만 발을 이미 팔았고 합치면 43만 발인데 7만 발은 K-9 자주포에서 이게 쏘는 것이다. K-9 자주포에 보낼 때 7만 발은 또 보낸다 이렇게 합치면 50만 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 유력 일간지에서 또 50만 발을 판매한 게 아니라 대여하는 형식으로 (했다고 하는데), 왜 대여냐 하면 이게 전시 비축 물자"라며 "전시 비축 물자는 판매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대여를 해주는 거고 또 유엔에다가 이렇게 신고를 해야 하는데 대여해주니까 신고 안 해도 된다. 그래서 기밀을 유지할 수 있고, 러시아가 이의를 제기할 때는 돌려막겠다고 해서 이렇게 핑계 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거는 50만 발이 당장에 한국에서 빠지면 한반도 유사시에 과연 우리가 지금 북의 남침을 대비할 수 있겠느냐"며 "이 문제가 아마 우리의 어떤 대북 억지력에 있어서 그걸 점검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홍 전 원장은 '지금 사실상 무기 지원을 해버렸다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본 건 아니고 추정을 해보면 이미 보냈기 때문에 행동을 했다"며 "행동을 했는데 원칙하고 괴리가 굉장히 심각한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 괴리를 껴맞추기 위해서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는데"라고 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전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가능한 조건 3가지에 대해 "대량살상행위, 국제법을 어겼다느니, 민간인 살상 이런 게 사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벌써 러시아가 했다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실제로 전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땐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간 정부 방침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확실히 이 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 전 원장은 작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한러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했다면서 "러시아라는 나라가 우리한테 조금 멀리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 체제를 수립하거나 그다음에 북한의 급변 사태가 났을 때 수습하는 것, 평화 통일로 가는 것, 전부 러시아가 우호적인 태도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는 절대로 적대관계로 가면 안 되는 거라는 그런 선이 있어야 되는데 자칫하면 이번에 넘어설까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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