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함께 급락하면서 '깡통전세'와 '역전세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가장 안 좋은 결과로 전세사기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세입자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비극마저 나오는 상황에 국민의 공분이 치솟고 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22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전국 모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3.04.22 yooksa@newspim.com |
정부와 정치권은 사안의 시급성 때문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당정은 이번 주말에 전세사기 주택에 대해 경매유예와 임차인 우선매수권을 마련하겠다는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여야도 전세사기 관련 대책 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는데 합의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야는 정부의 전세사기 주택 매입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특히 전세사기를 두고 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은 여전하다. 국민의 입장에선 정부나 여야 정치권의 '네탓 공방'은 한심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일단 윤석열 정부가 전셋값 급락에 따른 대응에는 소홀하고 미흡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 급락에 따른 규제완화 대책은 줄줄이 내놓았음에도 전셋값 급락으로 '갭투자'의 위험성과 이로 인해 발생되는 '깡통전세'와 '역전세대란'에는 별다른 대책이 나온 게 없었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지난 연말 '빌라왕' 전세사기가 터져 나온 뒤에나 허둥지둥 대책을 쏟아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니 땜질식 처방이란 지적을 피해가긴 어렵다. 단속 강화 엄포 외에 세입자의 보증금 보장 강화를 내세우긴 했으나 세입자에 대한 피해대책은 '저리(低利) 대출'을 통해 지원한다는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인천 미추홀구 세입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전세사기 대책의 허점에 질타가 쏟아지게 된 것이다. '건축왕'의 전세사기 전모가 드러나자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몰아 부쳤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근본 원인 제공자가 문재인 정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임을 피해갈 수 없다. 집값과 전셋값 급등을 부채질 한데는 연이어 실패한 부동산 대책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지 않은가.
그 정점은 무모하게 '의석수'를 믿고 날림으로 강행 처리한 '임대차2법'이다. 이 법의 강행으로 전세자금대출 확대와 함께 '전문적인 갭투자자'를 더욱 양산하게 됐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치솟으니 빌라, 오피스텔 등으로 세입자들이 밀려나면서 전셋값은 매매가격에 육박하게 됐고 이는 갭투자자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들이 아무런 관리 감독 없는 상태에서 무자본 갭투자 심지어 마이너스 갭투자로 손쉽게 사들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임대차2법이 사기의 씨를 뿌리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급락하는 윤석열 정부 들어선 또 다른 부작용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갭투자의 후유증이 '깡통전세' 속출과 이에 따른 전세사기도 수면 위로 함께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임대차 2법은 전세 물량과 전셋값을 교란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급등기에는 물량 잠김으로 인한 '전세대란'을, 급락기에는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는 '역전세대란'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갭투자가 극성을 부린 2021년에 계약된 전세물량이 올해부터 쏟아지고 있음에 심각성을 정부와 여야 모두 인식해야 한다.
임대차 2법은 집값 상승과 하락 모두 부작용을 경험한 만큼 폐지하고 심사숙고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맞다. 아울러 전세사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대출규제와 전세자금대출 개선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야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 제공자로서, 여당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음에도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