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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공방 가열…"中에 '대만해협 주시' 입장 전달"

기사등록 : 2023-04-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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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中 외교부 대변인 외교적 결례 지적"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문제를 둘러싼 한중 외교당국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외교부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20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통화에서 "최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신화사=뉴스핌 특약]

중국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다음날 정 대사에게 항의했다는 사실을 이날 뒤늦게 공개하자 당시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한국 정부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정 대사는 지난 20일 쑨 부부장과의 통화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무례한 발언은 한중 간 상호존중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우리 대통령님의 말씀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것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대외적으로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안보·경제 등 제반 측면에서 이 지역과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오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쑨 부부장은 "대변인의 관련 발언은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대통령님을 특정해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말참견'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장호진 1차관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언론공지를 통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 발언은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날 중국 공산당 입장을 대변하는 환구시보가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났다'는 사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관련 보도 내용은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누구의 '격'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소로운 일"이라면서 "중국 언론의 이러한 악의적인 기사는 중국을 국제사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뿐이며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번 대만 발언은 중한 양국이 1992년 수교한 이후 한국의 가장 악랄한 표현"이라며 "한국 외교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워싱턴에서 잃어버린 '국격'과 외교적 자존심을 중국에 강요함으로써 만회할 생각인가"라면서 "한국 외교는 역사 공부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에 대한 곱사병을 고쳐야 한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Change the status quo by force)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 사회와 함께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을 비판할 때 자주 활용해온 표현이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면서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의 몫이다.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중 간 외교 공방을 촉발시켰다.

왕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면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중국 외교당국의 한국 정부 압박은 24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공동성명에 중국 측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해협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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