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수진 오종원 기자 = 대전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인상률과 정년 연장 등에 대한 임금·단체협상에 사용자 측에서 교섭을 외면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24일 <뉴스핌> 취재 결과 지난 18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전시내버스노동조합(노조)이 낸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사용자인 대전시운송사업조합이 적극적으로 임금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지노위에 지난 4일 조정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지노위 회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노사 교섭위원과 조정위원, 조사관이 참석해 양 측 요구안을 확인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24일 대전 시내버스 임금 인상률과 정년 연장 등에 대한 노사 입장 차가 큰 가운데 사측의 비협조적인 자세로 타협 여지가 적어 노사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 2023.04.24 gyun507@newspim.com |
지노위는 "노조가 낸 조정신청은 조정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신 주 1회 이상 본교섭이나 실무교섭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이번 주 내로 실무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5월 중으로 3차 본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전시에서 13개 시내버스 회사가 운행 중이며 운수 종사자 인원은 모두 2400여 명이다. 이 중 1500여 명이 한국노총 소속이며, 대표교섭단체로 대전버스노조가 사측인 대전시운송사업조합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임금협상에 대한 노사 입장 차가 큰 가운데 사측의 비협조적인 자세로 타협 여지가 적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3월 21일 각각 1, 2차 협상에서도 결국 노사 간의 입장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번 협상은 노조위원장 선출 과정을 지난해 12월 간선제에서 조합원 첫 직선제 선출로 변경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천홍 한국노총 신임 노조위원장이 선거 당시 공약한 임금인상 및 정년연장, 완전공영제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임금·단체협상에서는 노사간의 힘 겨루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측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모두 23개다. 이중 시급 9.1% 인상과 정년 연장(만61세->만 65세), 유급휴일(기존 8일->16일) 확대가 주요 안건이다.
반면 사측인 대전시운송사업조합이 제시한 협상안은 노조와 큰 입장차를 보인다. 만 60세 호봉 80% 및 62세 임금피크제, 대체휴일제 도입·휴일 무근로 시 무급 등을 제안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임금 인상률에 대한 갈등이 가장 크다. 임금 인상률은 2020년 동결 후 2021년 2.6%, 2022년 4.1% 각각 인상됐다.
노조 측은 물가인상 등을 감안해 올해는 9.1%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당초 임금(시급)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지노위 측에 1.2% 인상안은 고려하겠다는 양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 박천홍 위원장은 "대전시내버스 운송노동자의 근무 서비스나 승객만족도가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운송노동자 임금이나 환경·처우 등은 전국 최악인 상황"이라며 "수익수준또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수준의 90% 이상으로 올해 회복된 만큼 노조의 인상요구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측이 대전시로부터 보존받는 '서비스평가' 부문 보조금을 노조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위원장은 "준공영제에 따라 시가 '최소이윤보장, 경영평가, 서비스평가'를 매겨 사측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중 서비스평가 지원금이 연간 17억원 가량 되는 걸로 안다"며 "승객 평가로 구성되는 서비스평가 지원금은 사측이 아닌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게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종교통공사는 매년 연말 우수 서비스 운송자에게 성과급 조로 1200만원에서 400만원 가량 지원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일단 지노위 권고에 따라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노위 권고대로 사측과 적극 협의할 의향"이라며 "운송노동자 처우를 전국 평균 수준으로 맞추며 '상식선'으로 협의하되, 그러지 못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버스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버스파업 상황에 대비해 비상운송대책을 모색하면서도 늦어도 6월 말까지 노사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게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노사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지노위가 협의를 권고한 만큼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며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의 하나 버스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 시민 불편이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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