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 성장과 맞물려 덩치를 키운 SK하이닉스가 매출이 크게 늘고 생산능력이 확대된 만큼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 더 크게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부진한 실적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SK하이닉스는 재고가 많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 운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최근 챗GPT 열풍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에 집중할 계획이다.
◆영업손실 3조4천억원...1분기만에 적자폭 2배 확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58%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나갔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반도체 업황 침체기였던 2008년과 2011년 2012년에 적자를 내긴 했지만 당시 적자 규모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에 불과했고, 조 단위의 영업손실을 낸 것은 작년 4분기와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현재 메모리 업계가 겪고 있는 재고 수준은 그 정도와 규모 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었던 D램도 적자를 냈고, 낸드의 적자폭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했을 때 2분기에도 (메모리반도체의)급격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회사는 탄력적인 재고가 많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에 집중..."HBM 등 수요 성장세 본격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위기 상황에 SK하이닉스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AI용 고성능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다. 최근 챗GPT가 주목을 받으며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선 고대역폭 메모리(HBM)이 필요한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초거대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기 위해선 엄청난 수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HBM은 이 GPU의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서버 출하량의 강력한 성장이 HBM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로 추정되고 있다.
김우현 부사장은 "HBM3·DDR5·LPDDR5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제품 라인업에서 당사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 제품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보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까지 적자 이어갈 듯..."보수적 생산계획 유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되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는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는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황 개선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까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3조328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는 데 이어 3분기 역시 2조434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김우현 부사장은 "업계의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최근 시황을 반영한다면 3분기부터 시황개선과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회사는 수급이 안정화되고 재고도 적정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3년 D램 업황은 수요 부진에 따른 극심한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D램 수요 부진을 예상하곤 있지만 가격 하락폭은 점차 둔화되고 낸드 비용 관련 리스크도 점차 완화돼 하반기엔 감산 효과에 따른 수급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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