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어셋티오'에 피인수되면서 스펙트럼이 미국에서 유통하고 있는 한미약품의 '롤베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썰티오가 시총 4000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라는 점에서 별 영향이 없다는 전망과 의약품 보험사 등재가 수월하게 이뤄지면서 처방액이 늘 수 있다는 전망으로 나뉘는 모습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각) 한미약품의 유통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미국 제약사 어썰티오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어썰티오는 스펙트럼의 모든 발행 주식을 취득하기로 합의했으며 오는 3분기까지 인수 절차를 밟는다.
스펙트럼은 현재 한미약품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베돈'(미국명 롤론티스)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회사다. 이에 어썰티오는 연간 약 6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롤베돈' 판매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측에 따르면 어썰티오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 세일즈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현재 FDA 허가 받은 8개 품목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는 입장이다.
[사진=한미약품] |
어썰티오와 스펙트럼은 큰 규모의 제약사가 아니다. 어썰티오는 시가총액이 한화로 4000억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지난해에는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펙트럼 역시 몇년간 매출액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지난해 4분기 롤베돈 판매를 개시하면서 가시적인 매출을 냈다. 롤베돈은 출시 3개월 만에 1011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미국에서 현지 70개의 거래처를 확보했다. 이는 스펙트럼이 롤베돈 판매를 위해 인력 감축까지 단행하며 45% 감축한 운영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썰티오가 항암제 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별 영향이 없다는 쪽의 근거다. 신경학, 통증 및 염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스펙트럼이 팔고 있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은 항암 치료를 할 때 보조적으로 쓰인다. 항암 치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암환자가 항암제를 투여할 시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어썰티오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항암제 시장으로 진출하는 일종의 투자가 되겠지만, 스펙트럼 입장에서는 기존 라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다 규모가 큰 제약사가 인수할 때와 비교했을 때 영업 역량도 다소 부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어썰티오가 그간 제품을 판매하면서 보험사에 접근해왔던 노하우를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는 보험사다. 약가가 높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약물이 보험에 등재돼 환급이 이뤄지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어썰티오의 역할이 상위 보험사에 리스트 등재를 해 처방 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현재 롤베돈은 미국 공공보험 환급 대상 의약품 목록에서 영구 상환 J-코드 'J1449'가 적용된 상태다.
인수합병 이후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점도 스펙트럼에는 좋은 신호로 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시장에서 예측했던 롤베돈 컨센서스보다, 스펙트럼이 인수되면서 조건부 가격 청구권(CVR)에 제공된 숫자가 더 높게 나와 있다"며 "스펙트럼이 인수됐을 때의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시된 CVR에 따르면 롤베돈이 내년 매출 1억7500만 달러를 달성할 경우 스펙트럼의 주주는 주당 0.1달러를 받고, 그 다음해 2억 2500만달러를 달성하면 추가로 주당 0.1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 라인을 가진 빅파마가 사가는 구조가 가장 좋았겠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작은 회사들끼리 합병하는 사례는 점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추후에도 어썰티오의 행보는 성장 가능성에 집중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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