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직장인 양모(38) 씨는 최근 한 보험사 상담원으로부터 치아보험에 가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벤트 기간 중 해당 보험에 가입하면 충치 치료 등 다양한 보장을 해준다는 것이다.
상담원은 10분 넘게 설명하며 해당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치과 진료 시 비용 부담이 생기는 등 손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전화 상으로 해당 보험 장·단점을 꼼꼼히 파악할 수 없었던 양씨는 결국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답하고 연결을 끊었다.
금융당국이 복잡한 보험·카드 상품 설명서 개선에 나섰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행동경제학적 관점의 금융소비자 보호 및 설명의무 효율성 제고 방안'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금융위는 금융상품이 추상적이고 비용구조가 복잡해 소비자가 해당 상품 가치와 위험, 불확실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곤란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회사는 이 같은 복잡성과 소비자 행동 편향을 이용해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판매 경쟁 전략을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보험사 상담원이 보낸 보험상품 안내 문자 [사진=독자 제공] 2023.04.28 ace@newspim.com |
대표 사례로 금융회사에 유리한 정보는 강조하는 반면 불리한 내용은 설명서에 아주 작은 글씨로 구석에 적어놓는 방식이 있다. 또 보험 상품 미 가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규모에 초점을 두고 광고하거나 상품 간 비교가 어렵도록 관련 없는 특징을 추가 설명하는 방식도 있다.
비대면 광고·설명 시 '마감 임박' 등 속임수 정보를 제공하는 다크 패턴도 대표 사례다. '마감 임박'을 강조하면 소비자는 자칫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을 서두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불법 경계선을 넘지 않으나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있어 방해 요소가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연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연구를 맡을 기관에 ▲비대면 상품 설명방식 보완 등 설명 이해도 제고 방안 마련 ▲상품구조 변화 등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 검토 ▲상품 계약 기간 중 상품 주요·변동 사항, 타상품과의 비교 정보 등 지속적인 정보 제공 방안 등을 요구했다. 또 연구를 토대로 카드와 자동차 보험 등 다수 소비자가 이용하는 금융상품 설명서 모범 사례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상품 설계에서부터 광고·판매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독 정책을 시행 중이나 현실에서는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보다 행동편향적 선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설명 의무 효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