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미국 등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긴축 정책을 이어가는 동안 중국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에 그쳤다. 전달 수치이자 시장 전망치인 1%에 못 미친 것으로, 2019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더욱 둔화했다. 2월 마이너스(-) 1.4%를 기록한 뒤 3월 -2.5%로 낙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시장 전망치인 -2.3%을 하회한 것은 3개월 연속 낙폭을 키운 것이기도 하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중국 당국의 '돈풀기'도 막지 못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지급준비율을 0.25%p 인하했다. 작년 4월과 12월에 각각 0.2%p씩 인하한 뒤 3개월 만에 또 한 번 지준율을 조정한 것이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5000억 위안(약 96조 7600억원)의 유동성이 공급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거듭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수 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다. 인민은행은 이달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을 종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1년물 LPR은 3.65%, 5년물 LPR은 4.30%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위험이 존재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모간스탠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싱즈창(邢誌強)은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경기 회복 단계와 관련이 있다"며 "현재 경기 회복 초기에 처해 있는 만큼 물가에의 반영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사 쩌우란(鄒瀾) 사장(국장)은 "디플레 여부는 합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플레는 보통 물가 역성장·통화공급량 감소의 특징을 띠면서 경제가 쇠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 총통화(M2) 및 사회융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 디플레와 확연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3월 신규 위안화 대출은 3조 8900억 위안으로 시장 전망치 3조 900억 위안을 크게 웃돌았다. 신규 사회융자 역시 전망치인 4조 5000억 위안을 훌쩍 뛰어넘은 5조 3800만 위안을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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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기 회복 기초가 견고하지 않은 만큼 디플레를 피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뤄즈헝(羅誌恒) 웨카이(粵開)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연구원 원장은 주목해야 할 위험 요인으로 4가지를 지목했다. 소비와 투자, 부동산 경기, 취업이다.
그는 "내구재 소비가 여전히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소비가 침체돼 있다는 뜻"이라면서 "1~2월 민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0.8% 성장에 그치는 등 제조업 투자 증가가 둔화한 것은 민간 경제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경기가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분양 면적은 여전히 늘어났다"면서 "취업 상황이 엄준하다"고 덧붙였다.
뤄 원장은 "물가지수가 낮은 것이나 물가와 금융 지표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나 모두 수요 부족·미시 주체의 자신감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정적 성장·고용 안정·소비 촉진·투자 안정·자신감 안정을 위한 정책을 계속해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미분양 아파트 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월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중국의 3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6%로 1∼2월(18.1%), 작년 12월(16.7%)보다 높아졌다.
왕칭(王靑) 둥팡진청(東方金誠) 수석 애널리스트는 "경기의 빠른 반등을 위해 앞으로도 소비 촉진에 거시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소비 능력 제고와 소비 자신감 회복 면에서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 능력 제고는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일자리 및 주민 소득 증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취업은 민생의 근본이자 소비능력 제고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완화 외에도 개혁개방 심화를 위해 시장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소득 전망을 개선시켜야 한다"며 "정책 지원에 힘입어 부동산 업계가 조기 연착륙을 실현하게 되면 부동산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고 소비자 자신감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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