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아파트 부정청약 당첨자가 낸 분양대금 일부를 시행사가 별도의 설명 없이 위약금 명목으로 몰취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대한토지신탁을 상대로 낸 수분양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8년 3월 탈북민 B씨로부터 대한토지신탁이 공급하는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받았다. 당시 B씨는 총 5억7500만원 상당의 분양대금 중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합한 약 1억1800만원을 납부한 상태였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는 B씨가 불법청약모집 조직 브로커에게 대가를 받고 입주자저축증서(청약통장) 등을 양도해 불법적으로 당첨된 북한이탈주민 기관추천 특별공급분으로 조사됐다. B씨는 주택공급 교란행위 등 주택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이에 토지신탁은 같은 해 11월 용인시 공문에 따라 해당 아파트 공급계약을 취소했다. 또 B씨 명의로 납부된 1차 중도금 5750만원과 상환이자를 대출 은행에 반환하고 6000만여원은 위약금 명목으로 공제했다.
토지신탁은 아파트 공급계약서에 '매수인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계약이 해제된 때에는 공급대금 총액의 10%가 위약금으로 귀속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토지신탁이 B씨에게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상 위약금 몰취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해당 위약금 조항에 대해 "매수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총 공급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위약금으로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것으로 통상적인 아파트 공급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피고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매수인에 대해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불공정해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토지신탁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한 수분양자(매수인)에 대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을 넘어 계약을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계약 당사자에게 위약금까지 부담지우는 것으로 계약 체결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토지신탁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는 위약금 조항을 이유로 B씨가 납입한 공급대금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그에 대한 공제를 주장할 수 없다"며 A씨에게 공제한 위약금 6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은 공급받는 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유지될 수 없게 돼 공급자가 재공급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려는 취지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판단했다.
또 "B씨 또는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사람들은 주택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통해 계약 체결에 이르더라도 발각되면 계약이 유지될 수 없고 그 때문에 발생 가능한 피고의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개별적 설명이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은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약관의 설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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