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5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노동·교육·연금이라는 3대 개혁과제를 제시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내걸었다.
그러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교육개혁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로 하향 조정'을 내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운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 69시간 근로제' 논란으로 원점 재논의에 들어섰다. 연금개혁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은 했지만, 국회의 입법이 절실한 상황.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해야 3대 개혁과제 추진이 가능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의 승리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좌지우지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5.07 photo@newspim.com |
◆ 尹대통령, 탈원전 폐지 등 文정책 뒤집기 총력…3대 개혁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6일 첫 국회 연설을 통해 3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꼽았다. 올해에도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준 뒤 용산으로 청사를 이전했다. 이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 검증 시스템을 법무부로 이관시키기도 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백지화하고,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규제혁신에 나섰다.
아울러 탈원전 정책을 중단하고 원자력 산업 진흥을 추진하며,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폐지, 취약게층을 위한 '약자 복지'를 전면적으로 추진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과제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이권 카르텔과 기득권을 혁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빼든 카드는 노동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화물연대의 운송 파업 당시 '원칙'을 내세우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며 고용세습과 건설 현장의 폭력 등을 '건폭'이라고 부르며 노동개혁에 속도를 냈다.
또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 유보통합, 지역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과 미국 순방 일정 중에도 미래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류 협력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금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표한 재정추계 시산(試算) 결과에 따르면,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은 2055년이다.
2018년 발표된 제4차 재정계산에서는 2041년 국민연금 기금이 1778조원으로 최대를 기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은 2042년,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7년이다. 5년 사이 적자 시작은 1년, 기금 소진은 2년 당겨졌다.
다만 연금개혁의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교한 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주제다. 국회에서도 연금개혁을 위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해 오는 10월까지 활동을 연장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3.04.04 photo@newspim.com |
◆ 3대 개혁 추진 중 당·정·대 '불협화음'…巨野 현실에 벽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대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불협화음으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대표적인 불협화음은 '주 69시간 근무제'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확대해 사업주와 노동자가 합리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노동개혁안을 발표했으나, MZ세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통부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고용노동부가 주 69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안을 발표할 때 대통령실, 당과 소통이 미흡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노동부가 노동개혁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조금만 소통이 있었다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소지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교육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출범부터 삐걱거렸다. 앞서 김인철 교수는 '아빠 찬스',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뒤이어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희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정순신 사태'가 발생하면서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정순신 변호사는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으나,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대대적으로 발생하며 국가수사본부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추진한 대부분의 개혁 과제는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하지만 번번이 거야(巨野)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일례로 정권교체 이후 핵심 추진 과제인 정부조직법조차 개정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부처를 그대로 이어받아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과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야가 거센 공방을 펼치며 협치까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야당 대표가 피의자의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피의자를 만나는 건 무리가 있다"라며 "협치를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개정안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간호법 역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년 4월까지 실질적으로 법안 개정을 통해 개혁을 이루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즉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패배할 경우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