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환경규제 합리화'를 우선적 과제로 꼽아왔다.
전 부처가 산업부로 뛰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그간의 규제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산업 친화적 부처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보여 왔다.
환경부 내 환경규제 혁신 TF를 출범시켜 정기적으로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해 개선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간 228개 환경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했고, 현재까지 131개 과제를 완료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2022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 규제혁신 부문에서 A등급을 받은 몇 안 되는 부처로 선정됐다.
◆ 40년만에 족쇄 벗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계획.[사진=양양군청] 2023.02.27 onemoregive@newspim.com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40여년 만에 승인 통보를 내린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엄밀히 말하면 환경부 업무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규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성격은 아니다. 다만 환경부가 특정 사업에 대해 승인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규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1982년부터 추진된 이후 40년 넘도록 환경 당국과 환경 단체의 반대로 부침을 겪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추진 요구가 강했던 사안이다.
이런 와중에 강원도 양양군이 재보완해서 제출한 평가서를 바탕으로 원주지방환경청이 지난 2월 협의를 완료하면서 이 사업에 대해 '조건부 승인' 통보를 내렸다.
산양에 직접 위치추적기(GPS)를 달아 위치 추적을 하라는 환경 당국의 요구사항도 '산양 행동권 분석자료 검토' 정도로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완화됐다.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관문이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하면서 사업 착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은 올해 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케이블카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양양군은 연간 관광객 50만명, 1300여명 고용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환경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할 환경부가 '개발주의' 색채로 돌아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특히나 전문 연구기관들이 이 사업에 대해 줄줄이 '부적절' 의견을 나타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환경부가 이를 뒤집었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 승인 통보를 내린 점도 이 같은 비판에 불을 붙였다.
[자료=환경부] 2023.05.09 soy22@newspim.com |
현 정부 들어 환경영향평가 협의 난이도를 낮추는 작업들도 병행됐다.
환경부는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규제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비용·시간 측면에서 사업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협의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평가 대상을 완화하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노력들도 보여왔다.
예를 들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실시할 때 사업 주체가 사전 컨설팅을 받도록 하거나 인접·유사지역 조사자료를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300억원이 투입되는 파주 파평산단지는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해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다.
그 밖에 민간이 투자한 하수도 사업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시켰고, 농어촌도로 아래에 하수관로를 매설하는 사업이나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추진되는 사업들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뺐다.
◆ 화학물질 획일적 규제, 유해성에 따라 차등화
일률적으로 적용해오던 화학물질 관리 기준을 유해성에 따라 차등화한 점도 산업계 숙원을 풀어준 규제개선 사례로 꼽힌다.
산업계는 그동안 화학물질마다 위험성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해왔다.
누출 시 위험성이 높은 고농도 염산과 비교적 안전한 저농도 납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위험성에 따라 차등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산업계 의견이었다.
[자료=환경부] 2023.05.09 soy22@newspim.com |
환경부는 이 지적을 받아들여 유독물질을 급성과 만성, 유해성 물질로 분류해 예방 대책과 취급시설 기준 대상과 정기 검사 주기 등이 다르게 적용되도록 개선했다.
모든 사업장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던 관리 기준을 유해성과 취급량 정도에 따라 차등화시킨 것이다.
또 1톤 미만 신규 물질은 등록할 때 자료 제출을 간소화하도록 했고, 연구개발용 물질을 0.1톤 미만으로 수입할 경우 상세정보는 생략하는 게 가능하도록 기업 부담을 낮췄다.
반도체 제조시설 특성을 반영한 유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특화고시를 마련하는 등 업종멸 맞춤 기준도 마련했다. 한국반도체협회에 따르면 연간 2조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 배출권 거래제, 감축 인센티브 강화 방식으로 개편
기업들이 부담을 호소하는 배출권 거래제도 일부 개선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업체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전에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유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포괄할 정도로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꼽힌다.
당초 계획 대로라면 환경부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10%로까지 높여야 하지만, 기업 부담을 고려해 이를 유예하고 배출권거래제도 감축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꿨다.
고효율 시설을 설치할 경우 추가 할당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친환경 원료를 사용할 경우 이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또 해외 감축 실적 전환 절차도 간소화하고, 배출량을 산정할 때 중복으로 제출하는 서류도 최소화시키는 등 배출권거래제 관련 기업 부담을 대폭 낮춰줬다.
기업들 수요가 많은 폐기물 분야 규제도 대거 완화했다.
[자료=환경부] 2023.05.09 soy22@newspim.com |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열분해유의 나프타 원료 제조를 허용하는 등 재활용 유형을 확대하고 폐기물의 순환자원 인정 기준을 대거 완화하기도 했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될 경우 폐기물관리법상 규제 적용에서 배제돼 기업 부담이 한층 낮아진다.
그 밖에 먹는샘물 제품에 무라벨 QR코드를 표시해 판매를 허용했고, 식품접객업으로 신고한 편의점에서도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이 가능하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도 개정하는 등 일상 측면에서 규제 개선 노력도 지속해왔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낡은 규제를 혁신해 양질의 환경규제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