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창동역 구간(창동역~도봉산역)이 지하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건설비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추진 과정에서 기존 지하 구간이 지상으로 변경되며 혼란을 겪었지만 기본적으로 민자사업인 이 사업에 정부가 전부 떠안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어서다. 민간 사업자인 현대건설은 지하 건설에 따른 운영비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지상으로 국토부가 사업제안요청서를 낸 부분에 대한 특혜 시비는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토교통부의 실수로 혈세가 낭비되게 된 셈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에서 역사개발사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
◆ 최소 4000억 절반 사업자 부담했어야…원 "운영비 추가돼도 돌리지 않기로 합의"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GTX-C 창동역 구간을 지하화하는 비용을 정부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추가 재정이 최소 2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지하화로 인한 추가 건설비는 약 4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서다. 정부는 민자사업 추진시 건설비의 절반을 재정지원하게 돼 있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RFP(민간투자사업시설사업기본계획)가 지하로 돼 있었다면 추가 공사비의 절반인 2000억원 이상을 민간이 부담했어야 한다"며 "정부는 애초 2000억원 정도 부담했어야 하는 부분이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정부가 대승적으로 지하 건설비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긴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창동역 GTX-C 관련 주민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하 건설로 인한 추가 비용을 사업자가 떠안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와 주민들의 염원을 고려해 건설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되 운영비는 현대건설이 부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운영비가 어느 정도 일지는 KDI와 현대건설의 계산이 다르지만 일단 합리적인 선에서 일단 이렇게 결정했고 운영비가 더 나와서 기업이 손해보더라도 되돌리지 않도록 했다. 실제 계산이 어떻게 될지는 현재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비 부담은 건설비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하 건설에 따른 인력 운영 등의 추가 부담을 현대건설이 담당하게 된다. 강 교수는 "사업자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에서 이미 비용부담 계약을 맺어놨기 때문에 새로운 요구가 있으면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당사자가 부담하게 돼 있는데 이번 사안은 현대컨소가 잘못한 게 없다"며 "운영비의 경우 지하로 건설되면서 안전 관련 대피 등 신경쓸 문제가 지상 대비 많아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엄청나게 큰 부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GTX-C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투자사업시설사업기본계획(RFP)에서 해당 구간을 지상으로 바꾸며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도봉구 주민들이 청구해 실시한 감사 결과 국토부 직원이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실수로 사업계획 변경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감사 결과에서 정부 실수가 있었던 부분을 지상·지하 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KDI의 민자 적격성 검토에서 지상, 지하 모두 적격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지하 쪽으로 힘이 실렸다.
KDI가 이런 결론을 낸 이유는 지하로 건설하더라도 애초에 사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구간을 지하로 건설하는 안은 이미 2018년 예타를 통과했다. 이미 사업성이 충족했다는 의미지만 RFP 작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최소 2000억원의 부담을 줄이고 대신 정부가 떠안는 형태가 됐다.
◆ 국토부 "4000억 추가 부담해도 민자부담 범위 이내"…실시협약 속도, 내달 체결
다만 큰 틀에서 정부가 민자사업에서 부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민자사업에서는 건설비의 50%까지 정부가 부담할 수 있게 돼 있다. 재정을 5000억원까지 투입하더라도 건설비 약 4조원의 절반인 2조원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역시 창동역 구간이 지상으로 바뀌면서 사업성이 크게 좋아져 재정 부담도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예산을 더 들이더라도 재정 부담 범위 이내에 있어 큰 틀에서 혈세 낭비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범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결단한 것이라는 게 원 장관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가 RFP를 제대로 작성했다면 부담하지 않아도 됐을 수천억원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민자사업 제안입찰시 사업자 3곳 모두 지상으로 냈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특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정의선 회장에게 직접 검토를 요청하고 경제수석이 챙길 정도로 대통령 관심사항일 만큼 긴밀한 논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창동역 구간 논란이 지하화로 결론이 나면서 GTX-C 실시협약 체결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중에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착공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C노선에서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된 은마아파트 구간 우회 요청에 대해서는 국토부는 재론 없이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 장관은 "은마 주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처음 부터 반영돼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선동에 대해서는 응답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한편 GTX-D 노선이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대로 김포 장기역~부천 종합운동장역(김부선)으로 예타 대상이 된 데 대해서는 "(공약 파기가) 전혀 아니다"라며 "예타는 기존에 절차를 밟았던 것을 진행하는 것이고 강남, 하남, 팔당 연결하는 부분은 공약사항이고 국정과제에 넣어서 나중에 출발해 아직 속도를 못맞추고 있을 뿐이고 진행 과정에서 하나로 녹여낼 것"이라며 "저희를 믿고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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