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허위 서명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자체적으로 인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첩보를 입수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경찰 고위 간부의 뇌물수수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출범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인력난 등의 문제로 존폐 위기에 부딪혔던 공수처가 잇따른 인지수사를 통해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과는 지난 12일 송 전 장관과 정해일 예비역 육군 소장, 최현수 당시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사무실, 국방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2.08.31 pangbin@newspim.com |
송 전 장관은 2018년 7월 한 언론보도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에 송 전 장관은 부하 간부들에게 '송 전 장관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만들어 서명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송 전 장관 등을 포함한 사건 관계인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추가 압수수색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제 수사를 시작한 단계라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추가로 강제수사에 나설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던 공수처가 첫 인지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2월이다. 대우산업개발이 수사 무마 청탁을 위해 경찰 간부 A씨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속도를 냈다. 뇌물이 자금 세탁을 거쳐 A씨에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뒤 여러 차례 강제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간 눈에 띄는 수사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공수처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했다. 여기에 이어 공수처가 또 다른 인지수사에 착수하자 김진욱 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앞두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만한 수사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진욱 처장이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라 공수처도 내부적으로 최소 올해 가을까지는 수사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경찰 간부 뇌물 사건에 이어 인지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판단했다.
공수처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사건 수사에서 성과를 낼 경우 대선 당시 제기됐던 '윤석열 수사처'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수처가 '고발사주'와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입건하면서 정치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방패막이이자 윤 대통령만 수사 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첫 국방부 수장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 관련 수사에서 성과를 보여주면 정치 편향적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문제 또한 수사력 입증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조언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꾸준히 인력난 문제를 주장했지만, 당장은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수용되기 어려운 만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수사 성과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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