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미국 바이오텍이 내놓은 NASH 치료제 임상 중간결과가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선두주자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적으로 NASH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의약품 시장이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바이킹이 늦게라도 시장에 진입해 선전할 경우, NASH 치료제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텍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인 VK2809 2b상 중간 연구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현재로서는 12주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퍼스트무버로 불리는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을 따라잡는 모양새다.
바이킹이 2b상 연구에서 200명 이상의 환자에게 VK2809를 12주 동안 투여한 결과, VK2809을 투여받은 85%의 환자에게서 간 지방 함량이 최소 30% 감소했다. 특히 VK2809 10mg을 이틀에 한 번씩 복용한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간 지방이 51.7% 줄었다. 바이킹은 내년 상반기 생체검사 결과에 대한 52주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킹이 이번 임상 2b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냄으로써 NASH 치료제 시장에서의 주요 플레이어가 늘게 됐다. 현재 NASH 치료제를 출시한 제약사는 없다. 마드리갈이 지난해 12월 '레스메티롬'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해 현재로서는 NASH 치료제에서 가장 앞서가는 상황이다. 최근 NASH 치료제 연구에서 순항하는 회사는 지난해 9월 임상 2b상을 성공한 아케로 테라퓨틱스 정도가 있다.
외신에서는 바이킹의 VK2809이 마드리갈의 파이프라인보다 임상적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VK2809이 메스꺼움과 설사를 일으키는 비율은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보다 낮다. 제약바이오 전문외신 '스크립(Scrip)' 역시 16일 "바이킹의 VK2809는 레스메티롬보다 강한 유효성을 보이며, 안전성 및 내구성 측면에서도 더 낫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바이킹의 행보는 NASH 치료제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에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치료제 개발에 뒤처지기 때문에 의약품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퍼스트 무버보다 더 좋은 지표를 보이는 것을 목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바이킹의 VK2809가 고평가받고 있는 전략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앞선 치료제보다 특장점이 부족한 상황이더라도, 임상에 성공할 경우 의약품의 가치는 클 것으로 점쳐진다. NASH 치료제 시장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NASH에 걸려 간 이식을 받는 환자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으며, 미국 성인의 약 5%가 NASH 환자로 추정된다. 이에 지난해에는 2700억원대에 머물렀던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도 오는 2026년까지 6조7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3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NASH 치료제 임상에서 앞서가는 국내제약사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HK이노엔 등이 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임상으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 2상과 랩스 듀얼 아고니스트 2a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에서 DA-1241 2상을, HK이노엔은 유럽과 한국에서 FM101 2상을 진행한다. 그 외 유한양행, LG화학, 일동제약 등의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이나 전임상 단계에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15일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로부터 글로벌 임상 2상을 '계획 변경없이 지속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IDMC의 권고는 현재 임상 진행중인 3개 용량 중 유효성 측면에서 무용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용량군을 제외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그 기준에 들어가는 용량군이 없어 특정 용량군 제외없이 임상을 끝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IDMC의 이번 권고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토대로 결정했던 과거 세 차례의 권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임상 2상의 유효성을 추가로 평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권고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희망을 주고, 관련 기관과 의료진에게는 향후 연구 과정들에 더욱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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