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바쁜 직장인으로서는 삶의 질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vs "의료 민영화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 같아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옳습니다"
코로나 단계 하향조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오는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전날 초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재진을 원칙으로 하며 기존에 허용됐던 '약 배달'을 금지하는 등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18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의 조정안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제각각으로 나뉘었다. 비대면 진료의 편리성을 두고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비대면 의료가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진료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직장인 전모(30) 씨는 "알러지 같은 경우는 정말 급한데 약국 약은 잘 들지 않아 그럴 때 어플을 이용해 병원 약을 손쉽게 처방받고 배달까지 받았다"며 "병원갈 시간 내기 빠듯한 직장인에게 비대면 진료는 정말 좋았다. 출근해서 잠깐 전화만 해놓으면 퇴근 시간에 맞춰서 약이 집으로 왔었다"고 전했다.
코로나 당시 경기 성남시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기자] |
정부안에 따르면, 전씨가 초진일 경우 앞으로는 비대면 진료로 알러지 약을 처방받을 수 없으며, 약 배달도 금지돼 직접 약을 타러 가야 한다.
전씨는 이에 대해 "직장인들에게도 안 좋은 소식"이라며 "주말 같은 때에도 아프면 막막해질 것 같다"고 했다.
우울증 약이나 사후 피임약처럼 대기가 매우 길지만 진료는 1~2분 내에 끝나버리는 경우에 이같은 비대면 진료를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사람들과 최근 '소아과 대란'과 관련,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는 사람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누리꾼 A씨는 "아이가 아플 때 소아과 대기는 너무 길어 답답했는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손쉽게 약을 받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앞으로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는 병원을 가야하니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당장은 편리하더라도 결국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아예 폐지되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 쪽에서 일한다는 누리꾼 B씨는 "비대면 진료로 다이어트 약을 타가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라며 "악용될 소지도 많고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라고 보기에 반대한다"고 했다. 누리꾼 C씨 또한 "결국 배달 어플처럼 플랫폼화해서 우리 건강보험료로 수수료 장사할 것 같다"며 "의료민영화 밑밥을 마련한다는 생각이 들어 반대한다"고 했다.
플랫폼을 통한 원격 의료가 일반화되면, 동네 병원이 아닌 대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공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이로 인해 의료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약사단체 또한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플랫폼의 개입은 어불성설", "사설 어플 밀어주기식 비대면 진료 추진은 반드시 의료민영화를 수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6월 1일부터 실시하되 오는 8월 31일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범사업을 끝내고 본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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