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홍석희 기자 = "노동자·서민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18일 오전 9시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앞 삼거리.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1시간 앞둔 이곳은 '윤석열 정부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와 이를 통제하려는 형광색 차림의 경찰 병력으로 빼곡했다. 10여명의 시위대에 비해 경찰 병력은 어림잡아 수백명은 돼 보였다.
경찰 기동대 병력들이 18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 앞 삼거리에서 시위대를 통제하고 있다. [광주=뉴스핌] 홍석희 기자 = 2023.05.18 hong90@newspim.com |
20분정도 지나자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시위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속속 모였다. 이들은 '민주파괴 검찰독재 윤석열을 타도하라', '국정농단 주가조작범 김건희를 구속하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9시 50분쯤 윤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나타나자 곳곳에서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식이었건만 행사장 밖은 온통 정치적 구호만이 가득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년 연속 총출동했음에도 여권을 대하는 광주의 민심을 이처럼 싸늘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선거용 립서비스였다'는 실언이 결정타였다.
김기현 당대표가 이날 오전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 입장이다. 그 끗을 잘 실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소용없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데 윤 대통령이 참석해 오히려 추모 분위기만 퇴색했단 질타까지 터져나왔다.
시위대가 18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정부 퇴진'을 담는 피켓을 들고 있다. [광주=뉴스핌] 홍석희 기자 = 2023.05.18 hong90@newspim.com |
광주에서 10년 이상 경력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아무리 다 내려온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굳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더 험악해졌다"고 지적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5.18 기념식 본행사는 비교적 차분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에서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의 어머니' 15명을 맞이하고 동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강조했다.
매해 기념식마다 논란을 일으켜온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순조롭게 지나갔다. 윤 대통령은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김 대표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양손을 맞잡고 흔들며 노래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 대표는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소극적인 정부여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굳은 표정으로 민주의 문을 빠져나온 이 대표는 "국가 폭력에 책임 있는 정부여당은 말로만 반성하고 추념하고 기념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아무리 민주주의를 외친다 해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재차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촉구했다.
[광주=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 참석했다. 2023.05.18 hong90@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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