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2년 '수원역 폭행 살인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출소 후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으나 항소심에서 투약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형량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당초 검찰은 지난 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황씨에게 징역 18년을 구형했으나 전날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30년으로 구형의견을 변경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변론재개도 신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구형의견서가 서면으로 제출돼 변론을 재개하지 않고 예정된 선고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그대로 선고했다.
1심은 황씨가 이모 씨 등과 공모해 미국에서 필로폰을 대량으로 밀반입했다고 봤으나 항소심은 공범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됐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로폰 수입 범행에 공범으로 관여했다는 점이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황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하며 "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필로폰을 두 차례 투약해 죄질이 좋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범행에 나아간 것은 법질서에 대한 피고인의 경시와 무시 태도가 명백히 드러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황씨에게 "이전 범죄 피해자 측의 엄벌 탄원서가 제출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에게 기존 마약 사건의 증명력과 동일한 판단기준을 적용했고 피고인에게만 증명 책임을 달리해서 가혹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황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 대해서는 "9kg 상당 다량의 필로폰을 3회에 걸쳐 수입하는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해당 필로폰이 수입통관절차에서 모두 압수돼 사회일반에 유통되지 않았고 공범들이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날 징역 9년으로 감형됐다.
앞서 이들은 2021년 12월 다른 공범들과 공모해 미국에서 시가 약 9억2600만원 상당의 필로폰 9.2kg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는 지난해 4월 주거지에서 두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있다.
한편 황씨는 과거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가 연루된 수원역 폭행 살인 사건은 2012년 9월 10대 일당이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길을 지나던 A(당시 20세)씨와 친구들에게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고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황씨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피해자 측과 합의하고 공탁금을 낸 점이 고려돼 징역 2년6월로 감형됐고 2014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의 지인은 최근 온라인에 황씨에 대한 글을 올리며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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