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의 대규모 전산장애로 주식거래를 하지 못한 투자자에게 증권사가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배상액은 전산장애 발생시간 최고가 기준이 아닌 당시 체결된 거래량을 반영한 평균가격으로 제한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A씨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98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8일 오후 3시38분 경부터 다음날인 9일 오전 7시15분 경까지 전산장애로 인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한 매도, 매수 주문 등이 중단됐다.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주식거래를 하던 A씨는 전산장애가 종료된 직후인 8월 9일 오전 7시30분 경 보유하고 있던 나스닥100 선물 10계약을 지수 1만3200에, 같은 날 오전 9시 경 코스피200 선물 12계약을 지수 327.45에 각 매도했다.
A씨는 전산장애로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했고 당시 최고지수로 매도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예상 금액에서 실제 취득한 금액의 차액인 5228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며 같은 해 9월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나스닥100 선물을 지수 1만3400에, 코스피200 선물은 지수 328.1에 매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 측은 "전산장애가 없었더라도 원고가 해당 시간대 최고지수에서 매도 주문을 했다는 자료가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가격으로 매도계약이 체결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전산장애 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들의 거래량을 반영해 평균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보상액을 산정한 결과 A씨의 보상액은 1598만여원이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산장애가 있는 동안 1분 단위로 실제 체결된 거래량에 해당하는 거래대금 합산금액을 시간대 전체 거래량으로 나눠 전산장애 기간 중 거래량 가중평균지수를 나스닥100 선물 1만3260.4473으로, 코스피200 선물 327.52로 각 산정했다.
홍 판사는 "피고는 원고와 같이 전자금융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피고의 MTS를 이용해 원활하게 주식위탁매매거래를 할 수 있도록 피고의 MTS를 정상적으로 유지, 운영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가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결과 MTS 등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원고의 주문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그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홍 판사는 A씨가 나스닥100 선물과 코스피200 선물이 최고지수에 도달한 시간에 매도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다음날 새벽 고객센터에 통화를 시도한 사실만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시간으로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거래에 있어 실제 체결가능성을 고려할 때 전산장애 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량을 고려해 평균가격을 산정하는 피고의 기준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보상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만 배상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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