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왕 크니까 왕 귀엽다."
더현대서울에 등장한 15m 높이의 초대형 '흰디'에 쏟아진 반응이다. 흰디는 현대백화점이 2019년에 만든 자체 캐릭터다. 흰 얼굴에 오똑 솟은 밤 모양의 검은 코, 펄럭이는 귀와 꼬리는 흰디의 매력 포인트다.
더현대서울 5층에 전시된 15m 높이의 대형 흰디.[사진=현대백화점] |
현대백화점 내부에서 일명 '흰디 매니저'로 통하는 위은비 현대백화점 브랜드전략팀 책임은 "흰디의 매력은 귀여운 외모가 다는 아니다"라며 "흰디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도록 흰디의 메시지와 세계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위은비 책임은 흰디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줬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흰디 관련 콘텐츠가 공개되기 시작한 2021년 4월 이전까지 흰디는 그저 귀여운 외모를 가진 캐릭터 정도에 불과했다. 백화점 점포 내에서 단순 '디자인' 용도로 쓰인 게 전부였다.
위은비 책임은 흰디의 메시지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마치 반려견을 키우는 것과 비슷했다고 말한다. 흰디 콘텐츠가 쌓이면 쌓일수록, 세계관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흰디도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엔 B급 감성의 콘텐츠도 올려봤다. 하지만 좋아요와 댓글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이 흰디에게 바라는 감성은 B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지금 흰디 콘텐츠에서 느껴지는 따뜻하면서 철학적인 동화책 같은 감성은 이런 검증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라고 설명했다.
위은비 현대백화점 브랜드전략팀 책임.[사진=현대백화점] |
2년에 걸쳐 완성된 흰디의 성격과 세계관은 다음달 29일까지 계속되는 현대백화점의 '흰디 비긴즈' 행사에 녹아 들어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처음으로 백화점 16개 전 점포와 아울렛 7개점에서 흰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더현대서울에 설치된 대형 흰디도 이 행사의 일환이다. 흰디가 안고 있는 대형 하트 모양의 풍선은 흰디가 온 '웨스티 행성'에 있는 '하트랜드'라는 소행성을 상징한다. 하트랜드는 웨스티 행성 대표 관광지로 1년에 한 번 반짝일 때만 갈 수 있다. 하트랜드에 도착하면 1년치 행복과 사랑이 충전된다.
위은비 책임은 하트랜드 속 흰디로 전시 콘셉트를 잡은 이유에 대해 "단순히 대형 흰디를 전시하기보단 하트랜드 속 흰디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1년치 사랑과 행복이 충전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복'은 흰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흰디의 공식 인스타그램 소개글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행복캐 흰디'라고 쓰여있다. 매사에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흰디지만 행복 앞에선 호락호락하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위 책임은 "흰디의 키워드를 '행복'으로 정하면서 어떤 행복을 보여줄까 많이 고민했다. 단순히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건 모호하고 감동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순하고 착해보이지만 행복 앞에선 참지 않는 흰디를 통해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미루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매품으로 나온 흰디 동화책 중 일부.[사진=현대백화점] |
흰디가 전하는 위로와 공감에 흰디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흰디 비긴즈' 행사 기간 동안 5000명가량이 늘며 3만명을 넘어섰다. 롯데홈쇼핑의 벨리곰(2만1000명), 신세계의 푸빌라(5200명) 등 유통업계의 다른 자체 캐릭터보다 팔로워 수에서 앞선다.
현대백화점은 '흰디 비긴즈'를 시작으로 흰디 관련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흰디 굿즈 상품 수를 늘리고, 이번에 비매품으로 발간된 흰디 동화책도 사업화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인형, 피규어, 무드등, 가방 등 총 40종의 흰디 굿즈를 판매한다. 수익금은 전액 동물 행동권 단체에 기부한다.
위 책임은 "흰디가 한 번 빵 뜨고 사라자는 캐릭터가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콘텐츠를 계속 만들다보면 새로운 스토리도 계속 생길 수 있다"라며 "그 이야기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게 흰디의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