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2조원을 빌리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성차기업과 배터리 기업간 합작사(JV) 파트너지만 자금을 빌려주는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자회사 SK온이 현대차·기아로부터 2조원을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로부터 1조2000억원, 기아로부터 8000억원을 조달받기로 했다.
자금조달 보증기간은 총 5년으로 오는 7월14일부터 2028년 9월까지다. SK온이 현대차가 SK온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에 대해 보증을 서주기로한 조건이다.
SK온은 "다양한 재원 확보 방법을 통해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고객사는 배터리셀의 안정적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 양사 모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전기차배터리 공장. [제공=SK이노베이션] 2020.01.16 yunyun@newspim.com |
이 자금은 현대차와 합작공장을 짓는 운영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앞서 SK온과 현대차는 총 6조5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조원 차입에 대한 금리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 제시되는 평균수준으로 정해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금리는 양사가 협의한 경쟁력 있는 수준의 금리로 결정됐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SK온은 9억 달러(약 1조1928억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에도 성공했다. 수요예측 결과 6배 달하는 수요가 몰렸는데, 최종가산금리(FPG·파이널가이던스)는 155bp로 결정됐다. 당초 SK온은 최초제시금리(IPG·이니셜가이던스)로 미국 3년물 국채금리(3T)에 195bp를 더한 수준을 제시한 바 있다. 약 40bp를 절감했다.
SK온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SK온은 프리IPO(기업공개)와 은행차입 등으로 조달을 이어 갔으나 배터리 설비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자금 조달처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합작 파트너사인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공급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간 비공개로 차입을 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론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대차와 SK온과의 끈끈한 '동맹관계'가 이번 차입에 한 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아이오닉, EV, 제네시스에는 SK온의 배터리가 장착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건설 기간을 예정했던 2025년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최대 1년 가까이 단축하면서 배터리 공급이 시급했던 현대차가 자금조달에 원동력이 부족했던 파트너사인 SK온에 자금을 빌려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SK온은 중요한 파트너사로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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