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이 31일 새벽 6시 27분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이 6시 29분께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쏜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 km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북한이 이날 새벽에 쏜 우주 발사체 일부를 어청도 서방 200여 km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합참] |
북한도 발사체 발사 2시간 40분 만에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극히 이례적으로 발사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당국은 "국가우주개발국이 6시 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예정됐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발사된 천리마-1형이 정상 비행 중 1단계 분리 후 2단계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1단 추진체 분리 후 2단 엔진의 점화 과정에서 연료 특성의 불안정으로 인해 추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5월 29일 국제해사기구(IMO)에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겠다고 기간을 사전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예상 낙하지점으로 1단 로켓은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페어링(위성 덮개)은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 2단 로켓은 '필리핀 루손섬 동방 해상'을 지목했다.
북한의 추진체가 공중 폭발해 바다로 추락한 전북 군산 서쪽 어청도의 서방 200여 km는 북한이 사전 지목한 1단 추진체 예상 낙하지점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1단 엔진은 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분리됐지만 2단 엔진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추력이 상실되면서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2023년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위성발사체 관련 장비와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특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실패를 2시 40분 만에 극히 이례적으로 빨리 인정하고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해 2차 발사 시점이 주목된다. 인공위성 발사를 사전에 이미 통보하고 예고한 오는 6월 11일 0시 이전까지 2차 발사에 나설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과학기술과 무기체계 시험에 대한 행태가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엄중한 결함"을 극복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인지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중·장거리 미사일 비행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 이번 인공위성 발사 실패는 북한 내외부적으로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조기에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이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 시험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실패를 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당국이 발사 실패 원인을 알고 구체적 원인 해명에 착수했다는 것은 과학 기술적 대책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발사 사전 통보 기간 첫날인 31일 새벽에 쏜 것은 그동안 충분한 준비를 했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발사에 나섰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인 엔진과 연료 문제로 실패를 했다는 것은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공개 언급한 것처럼 기술적인 "엄중한 결함"을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전장의 눈'인 군사정찰위성을 확보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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