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감산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감산과 같은 공급 축소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계가 이익을 보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선 석유제품 수요 위축을 수반해 실적 악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요 회복 없인 제품 가격을 올려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을 내기도 어렵다.
작년 말 OPEC+ 회의 모습 [사진=블룸버그] 2023.06.05 kwonjiun@newspim.com |
9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성명을 내고 오는 7월부터 하루에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을 단행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하루 50만 배럴 감산에 이은 추가 조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자발적 원유 감산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자 독자 노선을 택했다.
사우디의 감산 발표는 국제유가 하락을 멈추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지난 4월 80달러대에서 현재 70달러대에서 오르내리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76.9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추가 감산 조치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900만 배럴로 제한된다. 이번 조치로 사우디의 산유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우디의 감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상승세다. 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선물은 97센트(1.35%) 상승해 배럴당 72.71달러를 기록했다. 북해 브렌트유 선물 역시 83센트(1.09%) 올라 배럴당 77.12달러를 기록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국내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에도 하반기 실적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증권가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 분석한 것과 다른 반응이다. 장기간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여파로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여서다. 지난 4월 2달러대까지 하락한 정제마진은 지난 5월 4달러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치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다. 정제마진의 감소는 정유사들의 이익이 축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본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고유가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제재를 받자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이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고, 유럽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항공권 구매실적이 2019년 수준으로 올라오는 등 항공유 수요 증가와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도래 등 수요에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정제마진과 석유제품 수요 약세 등으로 2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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