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CJ제일제당이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손을 잡으며 제조·유통업계 연합전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 P&G, 마켓컬리 등 이른바 'CJ제일제당 연합'에 신세계까지 가세한 셈이다. 쿠팡과 갈등을 겪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반쿠팡 동맹' 강화라는 시각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그룹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상품 개발에 나선다. 이번 협업은 혁신상품 공동개발과 유통·마케팅 두 축에서 진행된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가 HMR(만두 등), K-스트리트 푸드(분식류), ESG(케어푸드 등) 등 총 5가지 카테고리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신세계 유통사에 제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양사의 협업을 상징화한 심볼 로고도 만들었다. 사실상 신세계 PB상품에 식품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뛰어든 셈이다. 양사는 해당 협업 상품을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의 협업 로고 및 슬로건 이미지.[사진= CJ제일제당] |
CJ제일제당은 컬리와도 PB상품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컬리 온리'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CJ제일제당의 대표 제품을 컬리 단독 상품으로 재해석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내달쯤 CJ제일제당과 컬리의 '컬리 온리'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들어 네이버, 11번가, P&G 등 제조·유통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 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으며 이달부터는 생활용품업체 P&G와 함께 도착보장 전문관에서 각사 인기상품을 묶어 최대 50% 할인판매하는 프로모션에 나섰다. 또 G마켓과 11번가에서는 CJ제일제당과 마찬가지로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벌였던 LG생활건강과 연합해 할인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CJ제일제당은 GS SHOP, 티몬, 홈앤쇼핑의 플랫폼을 통한 협업 프로모션을 계속해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과 P&G 협업 마케팅 포스터. [사진= CJ제일제당] |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협업 행보를 놓고 '반(反)쿠팡연대' 확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 공룡인 쿠팡을 견제하는 데서 CJ제일제당의 동맹 확장 행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다수 유통채널과 돈독한 관계를 맺음으로서 판로를 확대하고 유통채널 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브랜드력을 통해 매출 확대 효과를 누리고 경쟁사인 쿠팡을 견제할 수 있는 등 윈윈 전략인 셈이다. 관련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납품가 갈등으로 쿠팡에서 햇반, 비비고 등 주요 제품을 철수한 바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 협상이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각에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협업사례들은 대개 유통플랫폼이 주도한 것"이라며 "쿠팡은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해결 방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체와의 협업 마케팅을 넘어 공동 상품 개발, 사실상 PB상품 제조는 CJ제일제당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B상품 특성상 기존 대비 가성비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CJ제일제당이 만든 PB상품이 기존 CJ제일제당의 동일한 품목과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유통사의 PB상품은 중소기업이 만드는데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PB상품 제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판매처와 소비자에 긍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며 "CJ제일제당이 만드는 PB상품이 기존 제품과 얼마나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