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염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높다.
당장 걱정은 전기요금이다.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전력 수급 문제도 겹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대응이 미흡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위협도 커진다.
◆ 15~16일 폭염권 진입…전기요금 폭탄 불가피
기상청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는 이달 중하순께 이상고온 현상 등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장마 전에 폭염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이어졌다. 이명인 울산과기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수축되고 중위도의 정체 고기압이 발생하는 등의 패턴으로 6월 15~16일께부터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6월 중순 한반도 폭염 발생 가능성 [자료=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 2023.06.12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명인 센터장이 발표한 '전지구 폭염 현황과 여름철 폭염 전망'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폭염권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6월부터 장마 시작 전 지역적인 폭염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7월 장마 이후 8월에도 북태평양 기단 영향으로 폭염일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 예보로 전기요금 폭등이 우선 예고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2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했다. 4인가구 기준 한 달에 약 3000원 가량의 요금이 오른다.
한국전력은 올해 누적 kWh당 52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분기별로 13원 가량을 인상하기를 원했으나 2분기 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예년보다 일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에 전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이 급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전반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함께 늘고 있다. 냉방비 폭탄 뿐만 아니라 연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그동안 안정적인 관리에 애를 썼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3%로 기재부는 그나마 물가관리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폭염으로 인한 에너지 물가가 치솟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화만으로 물가수준을 보는 근원물가 역시 여전히 4.3%인 만큼 추세적인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폭염 예보 반영안된 수급전망…전력거래소 "추가공급 가능"
물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게 되면 전력수급 전반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12일 한국전력거래소가 제공하고 있는 이번주 국가전력 수급전망을 보면 이날 전력 공급능력은 87GW 수준이다. 최대전력은 70.5GW여서 예비율은 23%로 안정적이다.
국가전력 주간 수급전망 [자료=전력거래소] 2023.06.12 biggerthanseoul@newspim.com |
다만 15~16일의 경우, 폭염이 예상되지만 수급전망에는 아직 폭염 요소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15일 공급능력은 86.7GW이고 최대전력은 75GW로 전망된 상태다. 16일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예년보다 폭염이 더 일찍 찾아올 뿐더러 폭염일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 수급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정비에 들어갔던 발전소가 추가 가동될 수 있어서 공급능력이 비상시 추가될 수 있다"며 "당장은 폭염 요소가 국가전력 수급전망에 반영돼 있지는 않지만 일별 전망 등에는 함께 살펴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에너지 관련해서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요소인데 여전히 정치적으로 쟁점화돼 정책에서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며 "원전과 관련해서도 탈원전이나 친원전이니 개념보다는 에너지 차원으로 바라보면서 국가 경제에 위협요소가 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