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지난 2005년 초엔저 현상 당시 개원자금으로 은행에서 원화가 아닌 일본의 '엔화' 대출을 받는 의사들이 급증했다. 엔저 현상으로 엔화대출 금리가 일반 원화대출보다 금리 면에서 대략 3∼4%정도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개원예정의 및 개원의들은 '의사'라는 신용만으로 3억원 정도를 어렵지 않게 대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00엔에 800원 정도였던 원/엔 환율은 금융위기 직후 엔고현상으로 이어지면서 1300원대로 치솟았다. 100엔에 800원일 때 5000만엔을 빌렸다면 당시 조달금액은 4억원이지만 1300원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원리금으로만 6억50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이자감당을 못해 2008년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은 병의원이 2000곳이 넘을 정도였다.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에 진입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대출 추세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19일 코스피는 오전 9시21분 시각. 전 거래일 보다 15.41 하락한 2610.38 지수를 나타내고 있다.. 원·엔화 환율은 900 선이 무너진 899.90 기록하기도 했다.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3.06.19 leemario@newspim.com |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국내은행이 취급한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787억엔으로 1월 말(717억엔) 대비 약 70억엔(약 63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월 초 대비 엔화대출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2000년대 초엔저 현상 당시 급증하면서 사회문제를 야기했던 수준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 올해 들어 4대 시중은행 엔화대출 추이를 보면 3월 말 기준으로 엔화대출이 늘어난 이후에는 4~5월을 지나면서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엔화약세가 급격히 진행된 이달 들어서도 대출잔액은 은행마다 소폭 늘거나 줄어드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선 과거 2000년대 이른바 '닥터론'으로 대표되는 엔화 대출폭탄에 대한 학습효과가 상당 부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고객 등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대출의 경우 엔화로 일본에 투자하거나 수입하는 경우 등 실제 엔화수요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고 있고 은행별로 과거 대출은 상당 부분 많이 털었다"며 "과거 대비 엔화대출은 취급해야 하는 요건들이 명확해야지만 할 수 있어 쉽게 늘어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초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원화 대비 상대적으로 싼 이자에 엔화를 빌릴 수 있지만,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대출 상환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역대급 엔저에 기업들 입장에선 할인가로 엔화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과거 엔화대출을 받았던 기업들은 더 적은 금액의 원화로 기존의 엔화대출을 갚을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각 지점에선 엔화대출 상환 문의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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