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꿈틀대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주택 매수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상환액이 늘어 주택 매수에 부담이 커진다.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급매물 소진으로 매도호가가 높아져 당분간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 주담대 금리 상단 5%대에서 6%대로...이자부담 확대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림세를 보이던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 대기수요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23~6.12%다. 두 달 전과 비교해 상단이 0.27%p(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도와 상환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대로 낮아졌던 상단 대출금리가 6%대 높아진 것이다. 신용대출 변동금리(6개월)도 4.37~6.37%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35%p 높아졌다.
주담대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주택 매수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서울=김보나 인턴기자] |
대출금리 상승은 주택 매수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 마련을 위해서는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원리다. 4억원을 변동형 주담대를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으로 대출받은 차주는 5.5% 금리에는 월 원리금이 227만원 안팎이지만 6.0%로 상승하면 240만원으로 13만원 정도 늘어난다.
기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영끌족이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38.8%로 2022년 4월(42.3%)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동(56.9%)·강서(50.6%)·서대문(48.2%)·구로(47.9%)·성북구(46%)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29.8%)·서초구(23.1%)에선 2030 매입 비중이 작았다.
◆ 추가 인상 유력...관망세 확산 불가피
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자 상환의 압박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미국 중앙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1~2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큰 데다 고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5.00∼5.25%)과 한국(3.50%)의 금리차가 1.75%p로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국내 시중금리가 동조화될 여지가 있다.
대기 수요자의 경우 매도호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출이자까지 늘어나면 주택 매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전국 주요 단지의 아파트값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내림세를 보이면서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급매물 소진에 추격매수까지 붙어 저점대비 절반 정도 되돌린 모습이다.
역전세난도 매수심리를 짓누를 최대 악재 중 하나다. 역전세난은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을 말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의 54%에서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들은 2년 전에 받은 보증금에서 평균 1억원을 얹어 돌려줬다.
2021년 하반기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고점을 찍었던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전세거래의 70~80%가 역전세난에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들인 시장에 주택을 처분을 할 수밖에 없고, 매도물량 증가는 집값 약세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하반기부터 2년 전 고점에서 계약된 물건의 재계약이 이뤄지면서 역전세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세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해 과도한 대출을 통한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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