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사망한 이른바 '1000채 빌라왕'의 바지 임대인으로 재판에 넘겨진 공범이 첫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며 공소사실 불특정을 문제 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21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지 임대인 변모(63) 씨와 전 법무사사무실 사무장 강모(46) 씨, 전 부동산중개보조원 조모(39)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4월 22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에 경매 중지를 촉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3.04.22 yooksa@newspim.com |
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소유자 명의를 제공한 사람으로 돼 있는데 범행 가담자의 지위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공소사실로 파악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단독범행도 있는데 명의만 제공했다면 범행 대상자 물색이나 임대차계약 체결 등 그 외 사기 범행은 누가 했는지 매우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소유 명의자가 맞다면 언제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했는지도 특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사기 범행의 기수시점은 임대차보증금이 최소한 이체되는 방법으로 귀속될 때인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이 언제 공범들에게 귀속됐는지 날짜가 불분명하다"며 보증금 지급 날짜도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판사는 검찰에 변씨 측 주장을 검토한 뒤 다음 기일까지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 중 피고인이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이 있어 일부는 다투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들은 기록 열람·등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19일 열린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와 조씨는 빌라왕으로 불린 40대 임대업자 김모 씨의 명의를 이용한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리베이트 수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씨가 세금 체납, 임대차보증금 반환 불능 등으로 임대수익 사업이 어려워지자 변씨를 새로운 명의자로 모집해 함께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 매매대금을 내는 투기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강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피해자 261명을 상대로 391억원 상당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38명으로부터 180억원, 변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10명으로부터 148억원 가량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범들간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피해자는 총 277명, 피해금액은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수도권 인근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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