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지만 유독 아동·청소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갔다. 팬데믹 시기 비대면으로 운영되던 학교 수업으로 인해 사회성 결여와 함께 학습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대전시교육청의 '정신건강거점센터(센터)'가 출범하게 돼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청소년의 위기 상황을 적기에 발견하고 이를 발 빠르게 상담·치료하는 원스톱 시스템 덕이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상담교사들의 반응이 좋다. 이들은 "센터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보듬어 주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충남고에서 학생 상담을 맡고 있는 권민주 대전전문상담교사협회 부회장은 "학교 현장의 상담 프로그램과 센터 치료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청소년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정신건강 치료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권민주 대전전문상담교사협회 부회장. 2023.06.21 jongwon3454@newspim.com |
다음은 권민주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먼저 대전전문상담교사협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한다면
▲ 대전전문상담교사협회는 지역 상담교사 간 정보교류와 친목 도모, 저경력 및 초임교사 지원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이뤄진 조직이다. 전문 상담교사가 채용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운영돼 벌써 18년째가 됐다.
협회 교사들은 소통 메신저를 통해 상담교사들이 서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저경력 및 초임 교사와 경력 교사 사이에 1대 1 멘토링 매치나 심리 관련 자체 연수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대전 지역 학생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다른 특징이 있나
▲ 대전 지역과 타지역 간에 심리(정신) 차이보단, 대전권 내에서 동·서부지역 간 아이들의 심리적 차이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다.
동·서부지역은 부모 직군이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아이들 케어, 돌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실제로 동부 근무자들의 학생 상담 난이도가 서부보다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서부위센터 부모교육 신청자 수를 보면 맞벌이 부모가 많은 동부보다 서부 쪽이 훨씬 많다. 게다가 동부지역의 경우, 등교 거부 등 개인적인 보살피기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도 가정방문을 거부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러한 부분은 교사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지자체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전후 학생 심리 패턴에 변화가 있나
▲ 올해부터 수업 정상화와 함께 그동안 중단됐던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 각종 대면 체험이 늘어나면서 겉으로는 학생들이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파악해 보면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정서적 관심군'에 해당하는 학생 수가 팬데믹 시기보다 되레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전지역 학생들의 자퇴 경향이 달라진 점으로 확인된다. 비대면 수업 시기에는 학교 수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인문계 중상위권 학생들이 정시 준비를 위해 자퇴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에는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는 가정학습에 익숙해진 데 더해 무기력·의욕 저하 등 우울감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 도박 등 중독 상담 건수도 상당한 추세다. 또래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잘 모를 뿐 아니라 갈등 자체에 두려움을 느껴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높아졌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권민주 대전전문상담교사협회 부회장은 충남고 위클래스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정신건강거점센터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3.06.21 jongwon3454@newspim.com |
- 학생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은 어떤가
▲학교 부적응 학생들의 경우 우선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생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학급 단위 '공동체 놀이'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서로의 생각을 이해·경청하는 의사소통 기법으로 대면 집단상담 활동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러한 상담에도 불구하고 심도 있는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센터 등 외부 기관을 연계해 치료받도록 돕고 있다.
- 병원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학교 상담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센터 등 외부 기관의 지원을 받도록 돕고 있다. 먼저 센터에 전화를 통해 학생 상담치료 예약을 한다. 이후 담당 상담교사가 필요한 공문을 접수한다. 이를 통해 상담·치료 이탈률을 줄이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센터에 대한 학생·학부모 반응은 어떤가
▲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으면 치료기록이 남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센터를 통해 치료할 경우는 어떠한 상담·치료 기록도 남지 않는다.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또 센터에서 치료되는 모습을 통해서 관련 진료에 대한 불안과 선입견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현대화에 따라 급증하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니즈에 비해 대전 지역에 센터가 1곳에 불과한 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치료 예약을 해도 기본적으로 2~3주를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센터 확충을 통해 대기기간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해 무료 상담 기관의 활성화 및 상담 바우처제도 신설도 꼭 필요하다.
※ 이 기사는 대전시교육청 협력으로 제작된 기획기사입니다.
jongwon34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