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기한 임박에 또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최임위 노사는 얼마 남지 않은 심의기한에도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차 회의 때까지 업종별 차등(구분)적용 여부로 소모전을 벌인 탓이다.
이수영 경제부 기자 |
최임위는 심의기한 2일 전인 오는 27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야 본격적으로 인상 수준에 대한 논의를 할 방침인데, 각자 생각하는 인상률의 간극이 상당해 난항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요구가 유력한 반면 노동계는 26.9% 인상한 1만2210원을 내년 최저임금으로 주장한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연례행사다. 노동계는 일단 최저임금을 많이 부르고 경영계는 동결 또는 삭감을 제안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지급능력 부족, 경영 악화,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 노사의 논리도 한결같다.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다 보니 연차가 쌓인 기자들 사이에선 미리 기사도 써둘 수 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언뜻 보면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대신 중간점을 찾아주는 모습이지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인상률은 결정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새 정부 정책이나 기조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 왔다. 노사 모두 이 계산식에 불만을 품는 이유다.
당초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합의를 거쳐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그러나 노사가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손에 꼽는다.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매번 똑같은 상황 반복이지만 최임위를 개최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하다. 지난해 최임위 회의 경비로만 25억원 이상이 들어갔고, 올해 예산은 26억원으로 더 많아졌다.
혈세 지출만 있는 무의미한 논쟁을 할 바에 공청회 등 노사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전문적인 최저임금 산식을 마련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해외 노사관계 선진국들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국가는 다양한 지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호주, 그리스, 아일랜드, 멕시코 등 많은 국가들이 독립된 전문가집단에 인상률 수준을 권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결정권만 정부가 갖고 있다.
우리도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 더 이상 최저임금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정권 교체마다 요동치는 최저임금 산식을 없애기 위해 공정하고 전문적인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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