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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중 '대화 분위기' 전환…한반도 '평화 조성' 기대한다

기사등록 : 2023-06-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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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硏 책임연구원
블링컨 방중 5년 만에 미중 외교회담
건설적 대화 통로 마련 합의 '해빙기'
군사적 충돌 방지 대응책 강구 합의
한중·남북·미북 '강대강' 탈피 절실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냉각된 이후 양국의 외교장관이 5년 만인 지난 6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으로 가기 전에 한일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일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중 회담의 목적은 양국의 전략경쟁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계 회복과 무역 갈등 완화,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뒀다.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가치를 옹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파트너와 협력 강화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 방문의 목적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치열한 경쟁은 경쟁이 대립이나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면서 "다시 한 번, 그것을 세계가 미중 모두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수 국방대 안보문제硏 동북아센터 책임연구원

◆미중 외교회담 후 고위급 교류 합의

미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중 외교부는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미중 회담을 통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획기적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양측의 갈등이 무력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소통과 민간교류를 통해 상황관리에 합의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의 중 방문의 국제정치적 함의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본질적인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미중 두 나라가 양보하지 않을 태세를 확인했다. 중국은 이러한 해로(海路)를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미국은 국제수역으로 간주해 자유의 항행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을 만난 중국 외교라인 서열 1위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과장된 '중국 위협론' 중단 ▲중국에 대한 불법적 독자제재 철회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 포기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 금지 등을 요구했다. 또 대만 문제나 통일에 대해서는 "타협하거나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인도태평양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반대하며 동맹과 협력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미중 양측은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자국의 입장을 개진했다.

둘째, 미중 양국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가는 것을 방지할 대응책 마련에 합의했다. 비록 중국이 위기상황 관리를 위한 군 통신선 복원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링컨과 회동자리에서 미중 간의 평화공존과 우호 협력을 강조하며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의 가능한 공동이익 추구를 통해 세계 안정에 기여하자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 11월 방미 성사 주목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국가 간의 교류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로 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올해 11월 시 주석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양국 간에 신뢰구축 증진을 위한 군 통신선 재연결의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미국은 중국과 충돌 회피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블링컨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신냉전과 중국의 제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동맹을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밝혔다.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넷째, 블링컨은 한반도와 관련해 북한 핵실험 도발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압박이 가능한 "특별한(unique) 위치(역할)"에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다.

다섯째,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도 순풍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미중의 소통으로 숨통이 트이면 한중관계도 불안정 요인과 갈등 요인이 줄어들어 한국의 운신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현재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언행을 둘러싸고 한중관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중 간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강대강 맞대응에서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한중, 남북, 미북 간의 강대강 맞대응 구도에서 벗어나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되길 기대한다.

◆북핵 해결 '중국 건설적 역할' 요청

디리스킹(derisking)을 미중 관계의 기조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블링컨 방중을 통해 미중 간 충돌을 방지할 가드레일을 세우려고 시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미중 정상이 지난 발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고위급 인사교류와 미중관계의 기본원칙에 대한 발전적 협의를 지속할 것에 약속했다.

미중 간 5년 만에 성사된 외교장관의 건설적 대화 통로 마련을 위한 합의로 인해 양국은 향후 중단기적으로 외교 관계에 있어서 해빙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 간에 국가 이익의 본질적 견해 차이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의 기본입장은 대만은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미국이 대만 독립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중국은 현 국제질서의 도전 세력이며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면 동맹을 규합해 중국에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오는 11월 시 주석의 방중이 잠정적으로 예고되고 미중 간의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회담의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테슬라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갈등 완화를 통한 이익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유의 항행작전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중국과 고위급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로써 우발적 충돌의 위험성을 낮추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 것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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