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고위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 집중력을 높이고 영감을 얻는다는 이유로 약성 약물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 트위터 등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케타민을 종종 복용하고 있으며,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경우 '환각 버섯'(Magic Mushroom)를 즐긴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와 페이스북 투자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 파운더스 펀드의 경영진은 환각제 파티도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WSJ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퇴근 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마약 복용이 기업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임원들과 직원들이 이제는 실로시민, 케타민, LSD 등의 환각제를 비지니스 혁신의 도구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기업 경영진을 지도하는 벨로시티코칭의 에드워드 설리번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환각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금물이었지만 (분위기가) 변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영업·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한 칼 골드필드는 WSJ에 "현재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환각제를 소량씩 복용하고 있다"며 기술 업계 동료들에게 정신 집중을 위해 적절한 양의 환각제를 복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LSD를 찾는 이유는 주로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탈 회사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치에 따른 압박과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각제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인 빌드베터닷에이아이(BuildBetter.ai)의 CEO인 스펜서 슐렘은 "그들(투자자들)은 평범한 사람,평범한 회사를 원하지 않는다"며 퇴근 후 LSD를 소량 복용한다고 고백했다.
의학계에서 최근 정신 건강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으로 환각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기술 업계 인사들 사이 환각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작용했다. 마취제 및 통증 경감을 위해 주로 사용됐던 케타민은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최근 부쩍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이키델릭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다학제 간 사이키델릭 연구협회(MAPS) 설립자인 릭 도블린에 따르면, 지난주 덴버에서 열린 환각제 관련 컨퍼런스에 약 1만2000명이 참석했는데, 이는 6년 전 3000명과 비교하면 네 배나 늘어난 수치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의 설립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피터 틸도 아타이 라이프 사이언스(Atai Life Sciences)라는 정신 건강용 환각제 개발 회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과 직원들 사이에 환각제 사용이 만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물 검사 등을 강제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WSJ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의 생산직 직원이었던 S.O 스완슨은 테슬라가 마약 금지 정책을 시행했지만, 근무 시간 외의 대마초와 환각제 사용에는 너그러운 분위기였으며 직원들은 정기 약물 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테슬라 직원들은 인근 도시에서 한 시간 이상 버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마초나 환각제를 복용하고 '캘리포니아 정신'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진에서 일반 직원에 이르기까지 마약이 일상 생활에 침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문가의 처방이나 상담 없이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약물 중독 치료 전문가인 알렉스 펜로드는 "훈련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환각제를 복용하는 건 지지하지만 환각제의 효과를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머스크와 브린은 이 같은 보도 내용과 관련한 WSJ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머스크는 해당 기사가 나온 후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우울증은 과잉 진단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분명 뇌 화학적 문제"라며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항우울제의 일종)를 복용해 사람들이 좀비처럼 되는 일이 너무 많다. 케타민을 가끔 복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