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어머니 장례식날 아버지를 잔인하게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확정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6월 모친의 장례식을 치르며 술을 마시고 부친의 주거지로 찾아가 부친을 약 2시간 동안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5년 필리핀 국적의 아내와 결혼해 필리핀에서 살다 2021년 11월 귀국했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되는 등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A씨는 과거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매각한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 주변 시세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피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후 모친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장례식 부의금이 많지 않은 것을 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가해 방법, 피해자의 신체 손상 정도 및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범행 후 행동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이전부터 술을 마시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점, 과거 피해자가 부동산을 처분한 일이나 경제적인 문제 등에 대해 원망하며 불평하는 말을 한 적이 있는 점, 피고인은 사건 당시 50대의 통상적인 체격을 가진 성인 남성이었고 피해자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노인이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피고인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 측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며 심신장애를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폭행 당시 피해자가 숨자 피해자를 끌어내 폭행했던 점, 당시 현장에는 피고인의 처와 아들도 함께 있었는데 이들은 전혀 폭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존속살해죄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여 살해하는 패륜적 행위를 자행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진지한 참회나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의 딸이자 피고인의 누나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원심에서는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다가 당심에서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7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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