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 20주기를 맞는 내달 4일 금강산 현지 방문을 추진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현 회장이 방북 문제를 북측과 협의하기 위해 대북접촉 신고서를 지난 27일 제출했다"며 "추모행사 성격인데다 현대가 금강산 관광 사업을 주관해왔다는 점에서 북측과의 협의를 위한 신고서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yooksa@newspim.com |
현 회장 측은 사업 파트너인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와 접촉해 방북 절차와 현지 추모행사 진행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 회장은 2018년에도 15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방북한 바 있다.
문제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던 때와는 남북관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돼 빈손으로 평양으로 귀환하는 수모를 겪자 불만을 품고 남북관계를 대치국면으로 끌고 갔고, 그해 10월 금강산 현지를 찾아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며 거부감을 표출했다.
현재 북한은 현대아산의 자산인 장전항 선상호텔인 해금강호텔을 완전 철거한 것으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 비상방역이 끝나지 않아 야회 행사에서도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상황도 현 회장 초청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당국자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현정은 회장 일행을 받아들일지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2019년 10월 금강산 현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대아산이 운영했던 선상 숙박시설인 해금강호텔 앞에서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물론 김정은이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것과 달리 현 회장을 받아들여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낼 공산도 있다.
특히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부친상을 당한 김정은 당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현 회장이 여러 부담을 감내하면서 조문한 적이 있어 김정은이 초청장 발급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당시 김정은은 "먼길 노시느라 고생하셨다"며 감사의 뜻을 현 회장에게 표시한 바 있다.
현 회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관례적으로 일행을 맞이했던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태의 북측 연루 인사로 서울을 방문해 관련 행사에까지 참석해던 이종혁의 경우 책벌을 받거나 숙청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아태평화위원장 김영철이 당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복귀했지만, 이종혁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대북정보 관계자들 사이에 나온다.
현대그룹을 이끌던 정몽헌 회장은 대북사업을 주관한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맡아 금강산 관광을 벌였으나 2003년 8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정은 회장은 고인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을 경영해 왔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