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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신상공개](중)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해외 사례는

기사등록 : 2023-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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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효과 실익 크지 않아" vs "암수범죄 발견 가능"
미국 워싱턴주·일본 등에서는 피의자 신상공개에 허용적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또래여성 살인사건' 등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47건의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가해자 신상공개] 글싣는 순서

1. 시행 14년 만에 특별법 가속…제도 손 볼 때 됐다
2. 끊이지 않는 실효성 논란...해외 사례는
3. 법조계 "명확한 목적·기준으로 신중히 확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은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력범죄와 성범죄 피의자에 한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지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 신상공개 사례로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전남편 살인' 고유정, '박사방 운영' 조주빈,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노원 세모녀 살인' 김태현,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이경우·황대한·연지호·유상원·황은희, '부산 또래여성 살인' 정유정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피의자 신상공개제도가 국민의 알 권리는 충족시켜주지만 범죄예방 차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전주환과 '부산 또래여성 살인사건' 정유정의 모습. 2023.06.30 jeongwon1026@newspim.com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무거운 형을 선고받는다. 따라서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예방 효과보다도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효과가 더 크다. 사람들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를 때보다 알게 됐을 때 흉악범죄에 대한 충격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도 "현재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서 범죄예방 효과는 실익이 크지 않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이 더 크다"며 "실질적인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수사단계에서 얼굴을 공개하는 것보다 형을 다 마치고 출소할 때 얼굴을 공개하는 식의 신상공개가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공개 시 현재 얼굴과 너무 다른 사진이 공개되는 점, 송치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마스크나 안경, 머리카락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하여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사진)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데 피의자 대부분 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상공개의 긍정적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허정회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내 신상이 이렇게 노출될 수 있구나' 하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또한 젊은 피의자들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여전히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상공개를 통해 충분히 재범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당장은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풀려나면 언제든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신상공개 범위 확대 추진을 촉발한 '부산 돌려차기남'의 경우 전과 42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신상을 공개하면 재범방지 효과가 없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예방 효과뿐만 아니라 암수범죄(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발견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구속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외국의 피의자 신상공개제도 관련 동향. 2023.06.30 jeongwon1026@newspim.com [자료=국회입법조사처]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뜨거운 한국과 달리 외국의 경우 신상공개에 대해 좀 더 허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피의자는 통상 수사기관 체포 후 단기간 내 이뤄지는 고발장 수리 시점부터 피고인의 지위를 가지게 되므로 사실상 체포 시점에 근접해 신상공개가 이뤄지게 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국은 성인 피의자가 체포된 경우 기소 전이라도 이름, 나이, 성별, 인종, 거주지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경찰국도 관련자의 안전이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체포된 자의 이름, 주소, 나이, 직장, 성별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피의자 신상공개와 관련해 특별한 법령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범죄사건 보도 시 실명보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피의자에 대한 공개적 신원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중대한 범죄인 경우 혹은 사회적 중요성에 따라 정당한 공개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원을 명시한 보도가 허용된다.

영국에서도 생명에 대한 위협, 범죄 예방 또는 공공의 이익과 관계됨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이 피의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기소될 경우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름을 밝혀야 한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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