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정체됐던 종로구 창신동23 및 숭인동56 일대가 구릉지형을 살린 도시경관과 함께 최고 28층 높이 20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박원순 전 시장의 1호 도시재생사업이 결국 별다른 주거환경 개선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대표 노후 저층주거지인 창신동23일대와 숭인동56 일대의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창신·숭인동 일대 현장을 방문해 지역 애로사항 청취하고 창신·숭인 신속통합기획의 성과를 점검했다.
대상지 위치도 [자료=서울시] |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가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정도 소요되던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창신·숭인 주택재개발사업 후보지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창신동23·숭인동56일대(총 10만4853.2㎡ 규모)는 평균경사도 19%의 급경사로 비탈지고 끊어진 좁은 길, 가파른 계단으로 소방차 등 비상차량 진입이 어렵고 노후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해 안전사고 위험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2007년부터 뉴타운(재정비촉진사업)이 추진됐지만 2013년 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부침을 겪었다. 이후 서울의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등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 효과는 미흡해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었다. 2021년 12월 신속통합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일대 재개발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해 3월, 창신·숭인지역을 방문한 오세훈 시장은 지역주민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주거 환경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신속통합기획 확정에 따라 창신동23·숭인동56일대는 최고 2000가구 규모 구릉지 특화 도심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먼저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저이용·방치시설의 재배치 및 복합화로 공공시설의 활용성과 용량을 높이면서 효율적 토지이용을 도모한다. 또한 주변을 고려해 현 제2종(7층)에서 15층 건축이 가능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뀐다. 또 창신역 일대에 대해서는 제3종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복합시설 계획으로 창신역 일대 활성화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공공시설의 고도화는 물론 주택용지를 약 4860㎡가량 확대하는 효과로 주거환경 정비와 함께 사업 여건도 개선한다는 목표다.
방치된 채석장 및 청소차량 차고지, 지봉골공원을 구역계에 포함하고 통합해서 더 넓은 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공원 하부에는 자원순환센터를 복합화한다.
단지조성 예시도 [자료=서울시] |
또한 창신역에서 채석장전망대(서쪽)와 숭인근린공원(동쪽)까지 연결하면서도 최대 표고차(높낮이) 70m에 달하는 구릉지형에 순응하는 입체보행로를 조성해 인근 지하철역과의 보행 접근성을 높였다. 어르신과 어린이 등 보행약자의 이동 편의성 향상을 위해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수직 동선도 충분히 마련해 경사진 구릉지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지형 및 주변 특성을 고려한 영역별 맞춤 생활공간도 조성했다. 단지 안팎으로 보행 동선과 연계해 데크 하부에 주민공동시설을 만드는 한편 주변 공원과 연계한 단지 내 산책마당을 조성한다. 아울러 창신역 일대는 공공시설 및 연도형 상가(도로를 따라 배치된 상가)를 조성해 해당 지역 개발로 지역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구릉지를 따라 건축물이 겹겹이 배치되는 중첩경관 등 서울성곽 및 낙산 등 주변과 어우러져 단지 전체가 구릉지의 새로운 도시경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구릉지 및 주변을 고려해 창신역 일대(고층), 청룡사 등 문화재·학교 주변(저층), 경사지(중저층) 등 영역별 맞춤형 높이 계획도 수립했다.
시는 창신동23·숭인동56 일대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됨에 따라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시작으로 연내 정비계획이 결정되는 등 신속통합기획의 절차 간소화를 적용받아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소외 낙후지역의 주거환경 정비야말로 신속통합기획의 본래 취지이자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철학으로 내걸은 서울시의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임을 강조했다. 또한 1차 재개발 공모지(21곳) 모두 신속통합기획을 완료해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 및 행정적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활성화를 촉진하는 오세훈표 재개발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은 2021년 9월 도입됐다. 2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1차 재개발 공모지 21곳을 포함해 총 44곳이 신속통합기획 완료하면서 각종 절차와 규정으로 오랜 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던 서울의 도시정비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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