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7-15 16:30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3년 4월 9일 베이징 기차역(남역)에서 텐진으로 향하는 기차는 시속 350킬로미터로 질주했다. 기차는 정확히 30분만에 텐진 역에 도착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일주일전인 8월 17일, 같은 구간을 낡은 봉고차로 두시간 반에 걸쳐 이동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기자는 베이징 특파원 신분으로 중국 최초의 고속철인 동일 구간 베이징~텐진 고속 열차를 시승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15년 뒤인 지금은 운행 시간이 전에 비해 10여분 이나 더 단축된 듯 했다. 고속철 기술과 차량을 수입하던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고속철 차량 수출국이자 철차 기술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공맹(孔孟)의 고장 산둥과 중국 문명의 원류인 한자의 기원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먼저 베이징서 기차로 텐진까지 이동한뒤 승용차를 이용해 허베이성을 지나 산둥성 허저(菏泽)시에 들렀다. 이곳에서 다시 공유택시로 허난성 안양(安阳)시로 이동, 인쉬(殷墟, 은허) 갑골문자 유적지를 보고 기차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먼저 텐진역에는 중국인 친구가 승용차로 마중을 나왔다. 산둥성 사람으로 텐진에 사는 이 친구는 텐진 기차역에 나와 기자를 픽업한 뒤 텐진 중심가와 텐진대학, 난카이(南開)대학, 건설중인 500여미터 높이의 마천루 빌딩을 차례로 지난 뒤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왕복 8차선 고속도로에 올라탄 자동차는 허베이성과 산둥성 평야지대를 시속 11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내달렸다. 수시간째 쉬지않고 달렸는데도 허베이성과 산둥성 일대에 푸른 바다처럼 망망하게 펼쳐진 4월의 밀밭 대평원은 도무지 그 끝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본사 복귀를 두주 쯤 남겨둔 4월 상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과 같이 상주 특파원 으로서 3년 반동안 코로나 기간중에 겪었던 중국에서의 생활과 취재 활동들이 마치 파노라마 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기자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19년 말 뉴스핌 특파원으로 베이징에 부임했으며 2023년 초 코로나 통제가 해제된 후 4월 하순 귀국을 했다. 지인들은 귀국을 앞둔 기자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을 질문하면서 기자의 특파원 생활이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취재 파일에 저장된 3년 반동안의 출장 기록과 영상 사진을 보여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역마살이 끼었나. 코로나 와중에서도 참 많은 지역을 찾아다녔군'. 지인들은 기자의 두번째 베이징 특파원 생활이 코로나가 아니라 출장으로 시작해 출장으로 끝났다며 혀를 내두른다.
지역간 이동 통제가 아주 심할 때만 제외하고 코로나 한가운데서도 기자는 중국의 많은 현장을 다니며 취재했다. 3년간 지속된 코로나 기간중에도 기자는 최소 매월 평균 한차례 정도 베이징을 벗어나 중국의 각 지역을 돌아다녔다.
도로 정체도 없고 어디든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는 점에서 코로나는 출장 여행에 도움된 측면도 있었다. 코로나를 거스른 현장 취재는 좀 힘들긴 했지만 두번째 베이징 특파원 임기 동안 큰 수확이었으며 그만큼 귀국시에도 아쉬움이 덜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